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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이다. 그중 맥베스를 읽었다.앞서 읽은 오셀로, 햄릿과는 다르게 마녀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알쓸신잡에 나온 김영하 소설가가 그런 말을 했다. 극작품 중, 비극은 상류층의 실수를 통한 이야기가 많고, 희극은 평민들의 이야기가 많다는. 듣고보니 그럴 듯한 얘기였다. 실제로도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모두 상류층 이야기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정하고 썼다기 보다는 재미있게 써 놓고 보니 그렇더라,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살다 보면, 어떤 평범한 삶이라도 운명적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것은 비단 본인만의 감각일 경우가 많다. 맥베스의 비극도 마녀 자매의 예언이 씨앗이 되어 일어난다. 어쩌면 꽤 오랫 동안 중립을 지켰을 그..
배우 서현진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 어머니가 보는 드라마를 어깨너머로 보다가 호감이 생겼다. 서현진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좋아 보게 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 그런데.. 이민기가 더 좋아졌다. 그전보다 더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 초반부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는데 역할 자체가 그랬던 것이었다. 요즘은 여배우들보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흥미가 생긴 것 같다. 연기가 좋으면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배우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때때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드라마 대본은 글로 쓰여 있다. 대본이 어색하면 실제로 말해 보고 바꾸면 좋았을 것을. 셰익스피어의 책 '햄릿'의 유명한 대목이 생각난다."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근래 들어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자주 거론한 덕분에 알게 된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 마치 친한 친구가 새 친구를 소개해 준 느낌이었다. 친해지는 건 별개의 문제였지만. 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추리소설을 완성한 작가라고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그 하드보일드 문체 말이다! 그전부터 레이먼드 챈들러를 알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환영할 만한 책.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 형식으로 쓰였다. 작가와 독자가 소설 주인공인 필립 말로에 관해 의견을 주고 받은 내용도 있고, 전체적으로 작가 개인의 생각이 적잖이 드러난다. 힘들게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칭얼거리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편집해 책으로 만든 탓이려나. 나 역시 받아 주는 사람만 있다면 수시로 칭얼..
원래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지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가까운 곳에서조차 제대로 된 위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책에서 그런 부분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은 하루키 식으로 충실하게 나를 위로해 주었다. 문득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는 의미가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민 끝에 얼마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신뢰, 그리고 재미. 작가와 독자 간의 신뢰는 실제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확실히 시간이라는 자양분이 필요한 열매와도 같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을 잠깐 속일 수 있을지 모르고, 또 일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
을 읽고 로맹가리를 알게 되었다. 아니면, 기억과는 다르게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했다는 식상한 광고 문구에 설득당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책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 일말의 희망도 없어 보이는 세상에 홀로 던져진 고아. 그 아이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로맹가리의 첫 책이 얼마간 지루하긴 했지만, 다음 책으로 안내할 만한 매력은 분명히 있었다. 해서 내가 읽은 로맹가리의 두 번째 책의 제목은 이다. 몰랐는데 단편집이더라. 을 집필한 로맹가리(에밀 아자르)보다 생기 넘치는 로맹가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글에서 이따금, 작가의 주체할 수 없는 젊은 향취가 묻어난다. 젊은이들이 흔히 가질 법한, 세상을 향한 조소 같은 것들. 불만스럽지만 혼자서 어찌할 바 모르는,..
열혈 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문성해 시인에게 호감이 생겨 버렸다. 그전까지 어떤 작품을 감명 깊게 읽으면 그 글을 쓴 작가,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이야 어찌 됐든 글 자체가 좋았다. 취향에 잘 맞는 글을 만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 내가 변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리뷰니까 시에 관해 언급해야 하는데, 막상 기억에 남는 부분이 별로 없다. 다만 시인에 대한 이미지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물론 시인의 얼굴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보통 소년,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런 순수한 마음을 향한 동경 때문에 그들의 글이 더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두 눈 넘어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 분명 존재하지만 눈 뜨고 볼 때는 흐리멍덩한 세계..
요즘 일본 만화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라는 독특한 설정의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성인용이 많은데, 자극적인 점을 덜어낸다고 해도 남는 게 많아 좋다. 의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는 '리바이벌' 능력을 가졌다. 그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면 그전에도 많이 우려먹던 소재. 오히려 위험한 소재를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주 굴러먹던 소재일수록 식상할 가능성이 더 크니까. 어떤 작품이든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게 마련이다. 작품에 작가의 진심이 묻어 있는지 아닌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눈물이 흐르거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해방감, 그런 본능적인 감각들이 각자 내면으로부터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보며 오랜만에 울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
예고편을 보다 쏙 빨려들어가서 재생을 눌렀다.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을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무척 자극적인 만화다. 당연히 청소년 관람 불가. 도박으로 계급이 결정되는 학교라는 설정이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살면서 느낄 법한 희노애락이 골고루 들어있다. 삶을 무척 과하게 희극화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언뜻 보면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듯 보이지만, 그에 관한 병폐를 꼬집고 있다. 여성의 힘이 무럭무럭 자라남에 따라 이제는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도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만큼 당연해졌다. 도 마찬가지로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오히려 남주가 여주를 서브하는 역할. 짜릿한 쾌감 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혹 그런 게 아니라도 쾌감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여주인공은..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최근 3년 사이 같다. 그런데 시집을 읽고 리뷰를 쓰긴 또 처음. 그전에 안도현이 쓴 시작법 를 읽고 후기를 적은 게 전부다. 원래는 의식적으로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시를 읽곤 했는데, 그러면 금새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화장실에서만 읽는다. 뒷간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 실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머니에게 "안도현 아세요?" 물었더니 안단다. 이 시집도 누나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이 떠올랐다. 유명한 사람이면 좋은 시를 쓰겠지? 좋은 글을 읽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보자! 하는 마음을 장전하고 시집을 펼쳤던 것 같다. 읽는 동안 시인들은 '순수' 라는 것을 갈고 닦는 법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물도 다르게 ..
먼저 독서에 관한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점은 한 권의 책을 열 사람이 읽으면 열 가지 새로운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분명 다르다. 는 내게 몹시 어려운 책이었다. 소설만 고집하던 내게 인류 역사의 방대한 지도를 펼쳐 보이는 이 책은, 개인적인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눈을 반짝거리며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난생 듣도 보도 못한 용어와 역사적 사건들을 많이도 언급한다. 종속과목강문계,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 힘을 발휘했다. 망각하고 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사피엔스라는 명칭은 가장 하위 분류인 종에 속한다. 속은 호모, 종은 사피엔스. 우리도 여타 동물과 다를 것 없는 동물에 불과했다. 지금은 멸종한 다른 호모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