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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옷 사러 가는데 좀 봐 주라." "아, 귀찮은데..." 로 시작된 아웃렛 쇼핑. "와 한산하고 좋네." "우리 같은 인간 빼고 다 회사에서 일할 시간이잖아." 막상 나오니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와 본 거 맞냐? 길을 하나도 모르네." 친구가 말했다. "1년 전쯤 와 봐서 그래." 투닥 거리며 들어간 곳은 헤지스. 눈에 딱 들어온 숏야상이 있어서 친구에게 권했다. 내게 야상은 카키를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친구는 무슨 옷이든 검정을 고집했다. 없으면 회색이라도. "그래 뭐. 네 취향이니까." 생각보다 옷이 잘 어울려서 흐뭇했다. 가격표를 찾기가 어려워서 점원에게 물었더니, 점원도 헤매네? 제일 중요한 가격표를 왜 이리 꼭꼭 숨겨 놓았는지. "31만 9천 원입니다." 헤지스 옷은 비싸군, 생각했..
바깥에서 하루 작업하려고 적당한 공간을 찾다가 발견한 곳! 그런데 내가 간 날이 오픈일!? 오오... . 관계자 분들도 너무 친절하셔서 쾌적하게 하루 잘 보내고 왔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시각이 예민하니 말보다 비주얼로 갑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웅장해서 입이 떡! 거울 옆에 저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이, 이봐 거울. 내...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거인의 발 앞에 떨궜던 정신을 주섬주섬 챙겨 작업할 자리를 찾아 나섰어요. 시야가 트인 걸 좋아해서 일단 홀에 자리를 잡았어요. 여차하면 옮기면 되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너무 잘 잡았더라고요. 후후... 실내가 선선해서 뜨아를 주문해 자리에 앉아 한 모금 홀짝- 커피 맛이 미뢰를 타고 이마 뒤로 전해지자... "흡!?" 아침마다 주섬..
초등학교 운동회가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청군백군을 나누는 표시로 이마에 청색과 흰색 띠를 맸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려나. 나는 백군이 좋은데 맨날 청군만 걸렸던 기억도 난다.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처박혀 있는 흰색 볼캡 덕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 주고 산 모자를 짱박아 두는 것도 예의가 아닌지라 어떻게든 쓰고 나가려고 이리저리 옷을 입어 본다. 딱히 안 어울리는 옷은 없는데. 이거다! 할만큼 어울리는 옷도 없다. 영락없는 운동회의 백군 이미지. 스나웃-SNOUT 야구모자
TV를 보다가 문득 옷을 사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면자켓도 그래서 샀다. 내가 본 드라마 속 재킷은 남자 주인공의 어리숙함마저 매력으로 바꾸는 마법의 옷이었다. 그 옷을 보다 정확히 묘사하면 이렇다. 군데군데 바랜, 헐렁한 초록 빈티지 면자켓. 결과적으로 내가 구매한 제품은 그와 사뭇 다른 디자인이었다. 문제의 그 재킷과 비슷한 디자인이 없어 조금씩 양보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만족하며 입고 있으니. 아마 남주가 입은 재킷은 명품이라 터무니없는 가격이리라. 나는 비싼 옷이 싫다. 고럼고럼. 사용감이 묻어나는 빈티지 면이 아닌, 코팅이 들어간 면이라는 점과 깃에 코르덴이 들어간 것만 빼면 비슷하다. 그냥 그렇게 자위하는 걸로. 또 모른다. 10년쯤 입으면 비슷해 질지도. 10개년 ..
후리스, 패딩조끼 하면 유니클로가 떠오른다. 과거 그곳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이려나. 어쨌든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차츰 유니클로의 옷값이 오르는 걸 보며 '왜 사람들은 여전히 저기서 옷을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자기들 돈으로 자기네가 산다는데 말릴 생각은 없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설에 작은아버지 내외가 유니클로 옷으로 도배를 하고 왔더라. 패딩조끼, 점퍼, 코트에.. 놀라운 점은 그분들이 값비싼 물건을 좋아하고 즐겨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경량 패딩조끼가 필요하다던 누나를 위해 패딩조끼를 주문했다. 누나는 처음에 유니클로 패딩조끼를 사려고 했는데, 내가 말렸다. 눈여겨 본 패딩조끼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와는 따로 살고 있는데, 내가 먼저 물건을 받아 전해 주는 방식이다. 불량이 있을..
군 시절 지긋지긋하던 방독면 가방이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훈련소에서 눈물 콧물에 침까지 질질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방독면 가방보다는 메신저백과 더 닮은 가방인데 이런 생각이 드는 영문은 모르겠다. 원래는 커다란 백팩을 사려다 그만두었다. 배낭여행 갈 것도 아니고. 내가 가진 가방 중에는 책 한두 권 들어갈 만한 크기가 많은데, 이 가방 역시 그쯤 넣고 다니기 적당하다. 웍스페디션-WORKS PEDITION 전술 슬링백
양말을 돈 주고 산 적 있던가. 화사한 색감과 저렴한 가격에 취해 최면에 걸린 듯 주문했다. 양말은 패션의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달 전, 혹은 1년도 더 지난 일일지도 모르겠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손에 잡히는 대로 양말을 주워 신고 나간 날이었다. 양말은 초록색에 하얀 줄무늬가 들어간 디자인. 그날 뭐하러 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양말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 쓰였던 것만은 기억난다.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문득 내가 양말을 구매한 이유가 그 일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베이직-SUPERBASIC 컬러 골지 양말
맨머리로 나다니는 것보다 머리에 뭘 얹고 다니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부터는 야구 모자를 가장 자주 쓴다. 이런저런 야구 모자를 스무 개쯤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구매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지 볼캡 중에는 스나웃 제품에 손이 제일 많이 간다. 아래는 58호, 60호 비교샷. 스나웃-SNOUT 볼캡
여자 가방 같아서 그동안 꺼렸던 에코백. 막상 구매하니 좋다. 여기저기 잘 어울린다. 요즘 들어 쓸데없는 선입견이 많은 내 자신을 자주 발견한다. 꼰대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다닌 꼴이라 생각하면 귀가 뜨겁다. 애초에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가방이 에코백이었는데, 그 사실을 나만 몰랐다. 에코백은 책 몇 권, 노트 따위를 넣고 다니기에 딱 적당한 가방이다. 주로 들고 다니던 브리프케이스보다 훨 낫다. 보통 캐주얼을 하고 다니는데, 컬러만 적당히 맞추면 어떤 옷차림에도 무난. 그래서 블랙, 아이보리 둘 다 샀다. 가격도 1만원 선으로 부담없다.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에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