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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몇 번 포기했다가 이번에는 완독에 성공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간단했다. 재미를 느끼려면 무엇이든 자신과의 연결고리가 존재해야 하는데 시크릿을 이해하기에 나는 지식의 폭도, 상상력도 부족했었다. 게다가 부정적인 인간으로 오래 살다 보니 마냥 긍정하는 류의 책이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내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했다.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러고 났더니 책이 읽히기 시작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시크릿의 주제가 '끌어당김의 법칙' 이라고 구글에다 검색하면 떡하니 나온다. 하물며 이것은 자연법칙이라고까지 말한다. 저, 학교에서는 배운 적 없는데요... 아무튼. 게다가 끌어당김의 법칙은 곧 사랑의 법칙이라고도 말한다. 어쩐지 의심스러운 냄새가 폴폴 풍기는 듯하지만 긍정적인 사람이라..
도스토옙스키도끼 살인마가 된 청년 스포일러 주의! 재미가 있다, 없다. 이 단순한 기준은 무엇을 할 때나 굉장히 유용한 도구다. 책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시간도 잊고 흥미롭게 읽는 책은, 1. 자신이 모르던 자기 자신을 대거 보여주는 책일 것이다. 어쨌거나 완독한 책이라면 자기와 닮은 측면을 조금이나마 가진 책일 것이다. 소설의 경우 주인공한테서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죄와 벌’을 읽으며 주인공한테서 나를 발견했다. 젠장, 나도 살인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인간인가. 내가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책 중에 가장 긴 장편이었다. 다른 것도 좋지만 특히 심리,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 죄와 벌은 가난한 명문대 생이 도끼로 노파와 한 여인을 찍어 죽인 뒤, 자수하기까지의 심리 변화를 장황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줄거..
사람은 살면서 몇 번이고 변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한 소설, 스토너. 한 문장으로 10년을 훌쩍 뛰어넘기도 하고, 1초도 안 걸릴 법한 짧은 생각을 한 페이지에 해부하듯 묘사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가 존 윌리엄스의 글처럼 현실이나 현재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몹시 불편한 순간은 1분이 한 시간 같고, 과거를 회상할 때는 10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하물며 우리는 그러한 무수한 과거를 선택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놀라운 존재다. 시간은 허구다. 우리의 삶 또한 죽을 때까지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독자적인 작품이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들어갔고, 문학에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었다. 새로운 농업 기술을 배워 부모의 일에 이바지하려던 ..
이 책은 1. 숨겨진 나를 들여다보고 2. 무의식의 상처를 이해하고 3. 타인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무의식을 살펴보고 4. 무의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기본 치유법을 소개한다. 끝으로 무의식에 갇힌 마음을 풀어주라고 말한다. 만약 자신이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상처를 비추어줄 거울이 되어 줄 만한 책이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섬세한 사람일수록 그것이 더욱 어렵다. 섬세한 사람일수록 먼저 감정을 정돈하고, 생활을 정돈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해 나가고 있다. 생활하다 감정에 구멍이 생기면 물고 집요하게 늘어진다. 불편한 이유를 찾아내고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한다.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이제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곧잘 이유를 찾아낸다. 보통 그러한 이..
이 책은 2009년 세상을 떠난 비비안 마이어를 추적하고, 그녀가 찍은 사진을 선별해서 담은 책이다. 비비안 마이어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의 어마어마한 자산이 세상에 공개됐다. 마이어는 삶을 떠나기 직전까지 찍고, 보관하고, 생활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조금이나마, 스스로 예술가라고 여겼다면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랐을 텐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마이어는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이어는 찍는 행위만으로 커다란 만족과 위안, 혹은 재미를 얻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남은 단서라고는 그녀의 사진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가장 확실한 단서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통해서 그녀가 어떤 눈으로..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책에는 목소리가 결여된 것들이 많다. 사람마다 일정 수준의 독서량을 달성하면 목소리의 유무를 알게 되고, 나아가 개인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구분하기에 이른다. 문학은 비교적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편이다. 그런데 문학이 아닌 책에서도 이따금 목소리가 들린다. ‘여덟 단어’가 그랬다. 박웅현은 여덟 개의 단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정리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작가는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나 또한 그렇다. 인간의 삶은 어떤 한 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따금 옆으로 새면서 설렁설렁 가는 것 같아도 멀리서 보면, 변함없이 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점을 바라보는 위치가 멀어질수록, 한 인간의 여정은 더욱 곧은 직선이 된다. 이런 사실을 경험과 사고로 깨닫게 되면 삶에 여..
딱딱하지만 부드럽다. 관념적이지만 삶에 닿아 있다. ‘데미안’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번 새로운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때로는 읽다가 지루해져 눈이 감기기도 했지만, 어느 날 다시 책을 펼치면 새로운 예감이 몸을 감쌌다. 헤르만 헤세와 영혼이 닮은 사람만이 데미안을 흥미롭게 읽었을까?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 가진 영혼의 동질성을 말한다. 얼마나 깊이 내면의 우물을 파고 들어갔기에 거기까지 갔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적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모르는 어린아이에 머물러있다. 소수만이 이런 관념을 꽤 상세히 이해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나는 한 사람의 본질이 무수한 조각으로 쪼개져 세상에 흩어져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조각을 찾고, 맞춰가는 여정이다. 보다 많은 조각을 회수하고 ..
‘1Q84’를 읽는 동안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내내 이 소설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다른 책도 몇 권 읽고, 소설도 썼다. 힘든 시간과 평안한 시간을 나누어 보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어서 그런지 소설이 몹시 길게 느껴졌다. 지금껏 내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세계관은 의식과 무의식 세계로 나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그랬고, ‘해변의 카프카’와 비교적 최신작인 ‘기사단장 죽이기’도 마찬가지였다. ‘노르웨이의 숲’은 리얼리즘 소설로 내면의 성장을 다룬다지만, 껍데기만 다를 뿐 결국 소설이 가진 맥락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작가의 스타일 같다. 이번에 읽은 ‘1Q84’ 역시. ‘1Q84’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조지 오웰의 ‘1984’ 오마주다. 소설 내에서 조지 ..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대체로 인간의 ‘모자람’을 인정한다. 나의 모자람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해 방황할 때 소설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덩달아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호의적이다. 물론 소설이 마음에 들어야 그렇겠지만. 인터뷰 작가의 소설을 한 권이라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이 더 재미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소설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작가란 무엇인가’는 3권까지 나왔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오르한 파묵이다. 파묵은 안 그래도 유명한 데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터키의 소설가다. 책에 실린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정리했다. 우선 터키 민족주의 언론에 대한 불만. 나는 터키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민족주의란 키워드에는 그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민족주의라면 우리나라도 뒤지..
스티븐 킹의 책은 ‘유혹하는 글쓰기’가 처음이었다. 오래 된 일이다. 이 책을 총 세 번쯤 읽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랬다. 시답잖은 자기 얘기만 늘어놓은 책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자기 얘기 말고 무슨 얘기를 더 하랴. 잘 모르는 얘기를 자기 얘기마냥 하는 사람은 허풍쟁이일 뿐이다. 좋은 글쓰기를 표방한 여느 책들보다 더 오래 갈 글쓰기 책이라 생각한다. 굳이 글쓰기에 포커싱을 맞추지 않더라도, 솔직 담백한 산문으로 괜찮다. 이 책에 더욱 빠져든 계기는 스티븐 킹의 소설집 ‘악몽을 파는 가게’ 때문이었다. 작가한테 호감이 생기니 ‘유혹하는 글쓰기’도 다르게 읽히더라. 스티븐 킹이 가진 ‘공포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내게는 무색했다. 그전부터 영화 ‘캐리’, ‘미저리’, ‘샤이닝’ 등의 원작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