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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요즘 즐겨 보는 미드다. 부잣집 딸내미가 어쩌다 감옥에 가게 된 이야기. 드라마를 보며 군대 생각이 많이 났다. 감옥과 군대가 이렇게 닮았을 줄이야. 나만 그런가. 주변 여자들한테 이런 얘기를 해봐야 하나도 공감을 못하더라. 억지로 군대에 다녀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말했더니, 남자는 아이를 안 낳지 않느냐는 것은 무슨 동문서답인지 모르겠다. 어찌 애 낳는 문제랑 군대가 서로 이어지는 걸까. 원래는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나와서 기가 찬 김에 글을 쓴다. 이따금 외국 드라마에서 우리나라를 이야깃거리로 사용하곤 하는데 별로 좋은 예는 없었다. 은근 비하하거나 야만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렌지 블랙에서는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밥 먹다 말고 캡..
스포일러 약간. 배경은 오리건주 포틀랜드 호손하이츠. 여기가 어디메? 드라마의 배경은 늘 미스터리다.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설명해도 “아! 거기?” 하며 퍼뜩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 답답하다. 외국 드라마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중간중간 잡히는 앵글이 예쁘다. 황혼에 찰랑이는 깨끗한 강물, 강가에 비뚜름히 서 있는 알록달록한 나무들. 도시의 전경 또한 자주 담긴다. 특히 신호등, 건물을 관통하는 황금색 잉어 조각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드라마다. 셋이서 사랑을 하겠단다. 농담 같다. 연애하며 질투심 때문에 화르르, 불타올랐던 기억부터 떠오른다. 경험상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작당모의가 일어난다. 누군가 반드시 소외된다. 불변의 진리, 까지는 아니어도 보통 그렇다. 경험..
스포일러 조금. 미친! 장르 파괴 오진다. 로맨스, 스릴러, 추리, 공포물이 공존한다. 사람이라는 복잡미묘한 동물을 제법 잘 표현했다. 자신의 가치관이 옳다고 여기는 점에서 보면 누구나 미치광이의 기질을 조금은 가지고 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현실에서도 분명 범죄는 존재하고, 범죄자 역시 거리를 활보한다. 전과자=나쁜놈, 살인자=굉장히 나쁜놈. 이렇듯 옛날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삶 속에서 된통 당해가며 깨달았다. 굉장히 나쁜 놈들도 되도록 감옥에 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죄’라는 과정과 ‘수감’이라는 결과가 있다. 우리는 어떤 범죄자가 죄를 지었다는 점, 그리고 결국 수감되었다는 점에만 주목한다. 그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고, ..
오프닝부터 남달랐던 드라마,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던가. 오락 요소, 판타지, 인간 내면의 성찰까지. 중반부가 지나면서 늘어지는 부분이 곳곳에 드러났지만, 장점으로 무마할 수 있는 정도였다. 요즘은 여배우의 미모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캐릭터에 매료되어 드라마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알함브라의 유진우(현빈) 역시 끝내주는 캐릭터였다. 소설 수업 중 기본적인 서사 구조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는데, 문득 그게 떠올랐다. 주인공이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주인공을 왕자라고 정하고 왕자에게는 성이라는 목적지를 설정한다. 왕자에게는 처음에는 미처 몰랐던 장애물이 하나둘 나타나고, 장애물은 차츰 더 난해해진다. 왕자는 불굴의 의지로 마지막 장애물까지 헤쳐 나간다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프랑스 드라마는 처음이다. 넷플릭스를 애용하다 보니 오프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 드라마들은 오프닝을 상당히 신경써서 만든다. 배우 얼굴만 줄줄이 보여 주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문화 차이일 수도 있고. 어쨌든 '파리에선 사랑을'의 오프닝은 단순한 편이었다. 사람은 동등하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사랑도 그렇다. 뭐, 이론은 그럴 듯하다. 모두 삶을 살아 보아 알겠지만, 이론과 실재는 몹시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연애 상대가 매춘부라고 하면, 덮어놓고 "안돼!"라고 말할 것 같은데.. 여자 삼인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시청에서 근무하는데,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순진한 여자. 나이는 서른. 그녀의 실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과 두 친구의 캐릭터는 확실하다. ..
넷플릭스에서 하는 퍼니셔를 보고는 마블 시리즈에 꽂혔다. 여운을 이어가고 싶어 다른 마블 시리즈가 없나 찾다가 그나마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제시카 존스를 재생했다. 중간에 껐다. 밥 먹을 때 볼 재미있는 드라마가 필요해! 별나도 괜찮아'는 이미 시즌1을 봤었다. 삶이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퍼니셔와 다를 게 없는 전투적인 드라마다. 실제로 총알이 날아다니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만의 시선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한편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될 것 같다. 평범하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닿을 수 없는 우월함이 되기도 한다. 그걸 본능적으로 알기라도 하듯, 우리는 자신보다 모자라 보이는 사람에게 모질다. 아니, 모질기 짝이 없다. 샘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이 있다. 남극..
해병대 특수부대 출신 프랭크 캐슬. 그가 화났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약자가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쓰는 말이지만, 이번에 억울한 쪽은 악당들이다. "그냥 죽어." 원래 살인은 안 되는 거지만, 드라마니까.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는 데어데블과는 대조적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퍼니셔는 나쁜놈이라고 판단하면 다 죽인다. 넷플릭스 마블 시리즈인 '데어데블'에서 퍼니셔가 잠깐 등장하는데, 그때 따로 퍼니셔를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나와서 기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고들 하는데, 퍼니셔라는 캐릭터가 내게는 그랬다. 잡생각이 많아 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는, 그가 가진 터프함과 단순명료함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가족의 몰살, 절..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선과 악, 권선징악의 법칙을 따랐고, 여전히 그런 작품은 많다. 나는 이제 그런 작품은 좀 식상해서 싫다. 다르게 말하면 유치하다. 실제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이제 시즌3이 종료 된 미국 드라마 데어데블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맹인이 무장한 특수요원을 마구잡이로 쓰러뜨리는 측면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부분 말이다.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맷 머독(데어데블)이 스산한 기운을 뿜뿜해대면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악역 윌슨 피스크에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또한 멜랑콜리.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다. 데어데블은 정신병 환자다. 주변에 과하게 착한 사람들을 보면 정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진지).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때는 그럴 수밖에..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드라마다. 이제는 행여라도 내가 상류층이 될 거라는 달콤한 상상 따위는 하지 않지만, 호화로운 눈요깃거리는 언제나 환영이다. 파티와 사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1%의 1%면 0.01%가 되는 건가.. 재벌가 얘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것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제 좀 식상하다. 뭔가 새로운 재벌가 스토리가 필요하다. 아마 이 드라마가 그런 욕구를 채워 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최소한의 룰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을 막론하고, 태어나서 얼마간 숨을 쉬었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공유한, 어쩌면 보다 친근한 사이다. 그럼에도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 드라마에서는 특히 가족 관계가 더 엉망..
유아인, 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밀회'를 감명 깊게 보고난 뒤 인터넷 검색을 했다. 작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때 가끔 하는 행동이다. 밀회'는 '도쿄타워'라는 원작이 있는 드라마였다.원작자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밀회는 원작과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을 가졌다고. 에쿠니 가오리는 과거에 내가 읽은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알기 전부터 나는 밀회를 보며 중간중간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을 받았었다. 허무하면서도 차가운,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성.그런 탓에 밀회를 검색하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찌릿했다. 감성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그 깊이와 파장이 더 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소설의 감성이 영상에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