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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것 YOU, 우리 삶의 원동력

부엉개 2019. 2. 8. 14:34

스포일러 조금.


미친! 장르 파괴 오진다. 로맨스, 스릴러, 추리, 공포물이 공존한다. 사람이라는 복잡미묘한 동물을 제법 잘 표현했다. 자신의 가치관이 옳다고 여기는 점에서 보면 누구나 미치광이의 기질을 조금은 가지고 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현실에서도 분명 범죄는 존재하고, 범죄자 역시 거리를 활보한다. 전과자=나쁜놈, 살인자=굉장히 나쁜놈. 이렇듯 옛날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삶 속에서 된통 당해가며 깨달았다. 굉장히 나쁜 놈들도 되도록 감옥에 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죄’라는 과정과 ‘수감’이라는 결과가 있다. 우리는 어떤 범죄자가 죄를 지었다는 점, 그리고 결국 수감되었다는 점에만 주목한다. 그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고, 그러그러해서 마침내 그렇게 되었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어떤 ‘이유’와 ‘그러그러한’이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한 살인범이 있다고 치자. 뉴스에서는 묻지마 살인이라고 보도한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런데 이유 없는 살인 사건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때로는 이유가 있음에도 본인조차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이유라서(언어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복잡한 과정을 뛰어넘어 결과가 ‘범죄’인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에서는 주인공 조가 그렇게 참혹한 범죄자가 된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조와 그의 부모, 미치광이 살인마를 길러내는 데 일조한 무니 씨의 복잡미묘한 관계의 기술이 부족한 느낌도 드는데, 어쨌든 우리는 드라마에서 조의 내면을 상당 부분 들여다볼 기회를 가진다. 그러면서 얼마간 그를 이해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주인공 조는 스토커,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점을 빼면 꽤 괜찮은 남자다. 어째서 이런 괜찮은 남자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나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따위의 생각은 별 소용이 없다. 우리는 조의 삶을 대신 살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를 위해서라도 범죄의 기분을 헤아려야 하는 세상에 살아간다. 몹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행복과도 연관 있을지 모른다.


‘너의 모든것’을 보며 퍼니셔 시즌2 때문에 망쳐버린 기분을 얼마간 회복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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