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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사랑을 Plan coeur, 이론은 그러그러한데..

부엉개 2019. 1. 14. 00:06

프랑스 드라마는 처음이다. 넷플릭스를 애용하다 보니 오프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 드라마들은 오프닝을 상당히 신경써서 만든다. 배우 얼굴만 줄줄이 보여 주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문화 차이일 수도 있고. 어쨌든 '파리에선 사랑을'의 오프닝은 단순한 편이었다. 





사람은 동등하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사랑도 그렇다. 뭐, 이론은 그럴 듯하다. 모두 삶을 살아 보아 알겠지만, 이론과 실재는 몹시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연애 상대가 매춘부라고 하면, 덮어놓고 "안돼!"라고 말할 것 같은데..





여자 삼인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시청에서 근무하는데,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순진한 여자. 나이는 서른. 그녀의 실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과 두 친구의 캐릭터는 확실하다. 순진, 똑똑, 단순. 단순한 친구가 사고를 친다. 실연당한 주인공을 위해 매춘남을 섭외한 것.


스토리도 무난하게 흘러가고, 결말도 예상 가능하다. 초반부를 보며 별로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중간에 꺼버리는 불상사는 없었다. 하지만 취향에 잘 맞는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재미도 그다지. 8화 분량으로 드라마 치고는 짧은 편. 질질 끄는 면은 없어서 좋았다.


소설로 치면 조금 긴 단편 소설을 본 것 같다.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소설 느낌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에 하나의 사건. 여운은 없다. 





그런 생각은 들었다. 매춘남이라고 해서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 거라는.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고,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삶이 그렇게 흘러 갔다. 흔히 우리는 '나라면 그런 선택 말고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엄밀히 말하자면 요즘은 좀 달라졌다. 나도 그전까지는 그랬다. 


내 편견 때문에 드라마가 말하려고 하는 핵심에 접근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초반부에는 그저 속이 불편하기만 했다. 매춘남의 등장으로 괜히 막장 드라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주인공은 남자 외모나 밝히는 멍청한 여자처럼 보였다. 





매춘남도 사람이고, 흔히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를 했을 뿐이며,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남자 매춘부와 여자 매춘부의 이미지가 좀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얼마간 안쓰러운 감정도 느낀다. 매춘부나 돈으로 그들의 몸을 사는 사람이나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나와 얼마간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그렇게, 편견을 걷어내고 보면 드라마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가 많이 불편하다면, 스스로를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기능으로라면 드라마가 제 역할을 한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조금 더 알게 됐으니까. 한편으로 지루해서 꺼 버리는 드라마보다는 불편한 감정을 갖고 욕하며 보는 막장 드라마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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