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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실과 판타지 그리고 기적

부엉개 2019. 2. 2. 15:01

오프닝부터 남달랐던 드라마,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던가. 오락 요소, 판타지, 인간 내면의 성찰까지. 중반부가 지나면서 늘어지는 부분이 곳곳에 드러났지만, 장점으로 무마할 수 있는 정도였다. 


요즘은 여배우의 미모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캐릭터에 매료되어 드라마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알함브라의 유진우(현빈) 역시 끝내주는 캐릭터였다. 


소설 수업 중 기본적인 서사 구조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는데, 문득 그게 떠올랐다. 주인공이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주인공을 왕자라고 정하고 왕자에게는 성이라는 목적지를 설정한다. 왕자에게는 처음에는 미처 몰랐던 장애물이 하나둘 나타나고, 장애물은 차츰 더 난해해진다. 왕자는 불굴의 의지로 마지막 장애물까지 헤쳐 나간다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지만 알함브라 역시 거기에 포함된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게임과 사람의 결합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판타지와 현실의 결합. 이런 장르에서는 판타지 요소가 현실과 맞닿는 지점이 중요하다. 과거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게임이라는 중독성 강한 소재를 골랐다는 것을 지지한다. 투박한 기구를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닌, 무려 스마트렌즈를 끼고 하는 가상현실게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게임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어머니께 물었더니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신다. 역시나! 나는 알함브라가 현실과 가상을 적절히 버무렸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드라마가 종반을 향할수록 유진우는 주인공답게, 유느님이 되어갔다. 그만큼 인간을 초월하는 듯 보이는 면이 드러나곤 한다. 시청자들은 그런 유진우의 모습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자신을 발견한다. 혹은 닮고 싶어한다. 실제로 많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위기에 처하고, 또한 그것을 극복해 낸다. 알함브라의 유진우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드라마에서 겪는 일이 언뜻 보기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데, 마냥 그렇다면 드라마는 설득력을 잃게 마련이다. 알함브라의 숨겨진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과 맞닿는 부분이 확실하다는 점. 주인공 유진우가 처한 상황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지만 그를 믿어 주는 한 사람, 희주가 있다. 유진우가 현실과 맞닿는 부분은 바로 그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희주가 가진 믿음!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 한 사람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게 되는 것을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아는 동생은 드라마가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어째서 그러한가 물었더니, 결말도 잘 모르겠고 내용도 뒤죽박죽이었다고. “그래도 현빈은 끝내주잖아?” 물었더니, 현빈 얼굴의 단점만 오목조목 꼬집더라.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소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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