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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피융. 사람을 죽인다. 총알 한 발에 한 명. 총을 쏘는 게임을 하고, 군대에서 실제로 K2 소총을 쏴보기도 했다. 과녁의 정 중앙이나 표적의 머리를 쏘아 넘기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영화였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를 죽이는 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평범한 삶 속에서는 결코 느끼기 어려운 문제다. 에서는 우리가 경험하기 어려운 문제를 주인공을 대신 내세워 경험하도록 한다. 전쟁, 그리고 테러. 선과 악. 정의란 무엇인가. 다 보고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므로 ★★★★☆ 별 네 개.
불안한 삶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꿈꾼다. 아직 꿈을 꾼다는 것은 살아낼 힘이 남아 있다는 의미도 된다. 를 보면서 라는 영화가 함께 떠올랐다. 인도 영화는 중간중간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엔딩 때는 꼭 그러더라. 질질 끌지 않아서 좋다. 인도식 결말은 대체로 유쾌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는 대체로 우울한 풍경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 순수한 사랑도 가지고 있다. 한 소년의 순수함이 기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 감동이 있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 빛이 들길 바라며. ★★★★☆ 별 네 개.
소설이든 수필이든, 어쨌거나 글이라면 쓴 사람의 손을 떠나면 읽는 사람의 것이 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글이 좋은 힘이 될 수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볼 때, 어떤 글이 많은 노예를 해방하는가 하면, 또 어떤 글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라는 소설이 내 인생에서 큰 파도를 일으킨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긍정적일는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지금껏 책을 읽고 확신이 생기면 너무 맹신했던 경향이 있었다. 주인공은 중년의 나이에 책임을 다하고 가족을 떠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책임을 다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내의 처지에서 보면 나쁜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달과 6펜스를 처음 읽을 때 이런 점을 높이 샀다. 오래된, 아주 가까운 인간관계를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가장으로서의 ..
영화를 보며 "온전한 내 편."이라는 계춘할망의 대사가 머리에 꽂혔다.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다. 엄마는 살면서 온전한 내 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가끔 내게 건넨다. 사실 그 말은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귓등으로 날려버렸던 말이 이제는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외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친할머니 할아버지도 지금은 세상에 없다. 내가 군대에 막 입대하고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우리 친할머니도 계춘할망처럼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내 친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그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보다 휴가를 나왔다는 사실이 더 기쁠 만큼 별로 친하지 않아서였다. 나도 그랬고, 그들도 슬하 9남매의 무수..
가슴속 깊은 욕망.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그런 욕망에 관한 영화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변태라느니, 범죄자라느니 하면서. 영화 로리타는 소설 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나는 소설을 먼저 읽었다. 소설이 허구라는 점을 이용해 깊숙한 남자의 심리를 반영한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을 별로 각색하지 않고 영화로 만들었다. 험버트(제레미 아이언스) 교수는 어린 시절 가슴 떨리는 첫사랑을 그녀가 가진 병 때문에 잃었다. 첫사랑이 모두 그렇듯 그는 아픔을 겪는다.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에 첫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제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른다.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생긴다. 우리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엄연히 장..
영화의 색감이 참 좋았다. 누런 듯, 바랜 색감이었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주인공 말레나(모니카 벨루치)는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고 혼자 지내는 유부녀다. 누구든 마주치면 주문처럼 한 번은 뒤돌아볼 만한 외모를 가진. 작은 마을이지만, 말레나를 향한 폭력은 소리 없이 도사리고 있다. 남자들은 음흉한 상상으로. 여자들은 질투심으로. 숨어있던 폭력은 말레나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과 함께 물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대놓고 그녀에게 치근덕대고, 여자들은 말레나에 관해 떠들기 시작한다. 말레나가 잘생긴 군인 장교를 만났다는 것이 씨앗이 되어 없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그녀가 몸을 판다는 소문까지 난다.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그녀를 매도한다.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데. 말레나를 변호해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다. 에서도 그런 비슷한 얘기를 확인시켜 주었다. 주인공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누구나 싫어할 만한, 꽉 막히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노년 남자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우리가 생각하기에 해서는 안 될 악담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눈에 거슬리는 것도 참지 못한다. 자신이 사는 맨션 복도에 볼일을 본다는 이유로 옆집 개를 쓰레기 구멍에 던져버릴 정도. 멜빈은 소설가다. 로맨스 소설을 쓴다. 그래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렇다는 것은 생각이 깊이가 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 멜빈이 애용하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캐롤(헬렌 헌트)은 까다로운 멜빈의 주문을 받는다. 그녀..
고양이를 원래 싫어했는데 지금은 좋아한다. 영화 때문은 아니고, 조금 오래된 일이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영화를 보았다. 냐옹이가 발정 나면 시끄럽다. 아기 울음 소리 비슷한 소리를 밤새도록 낸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은 밤잠을 설친다. 가끔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도 뜯는다. 어두운 곳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것들이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사는 땅의 주인이 원래는 고양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사람도 주인 맞다. 가장 좋은 것은 누구나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지만,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싫어한다. 나도 먼 과거에는 그랬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고양이를 조금 더 잘 알리고자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영화였다.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꿈을 향해 떠나는 상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영화가 더 흥미로울 것이다. 에 이어 배우 짐 캐리가 영화를 고르는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욕구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자유롭다. 하지만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가족에 매이고, 인간관계에 매인다. 그리고 돈에도. 누가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듯한 불편한 마음. 나는 주인공 트루먼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을 뿌리치고 자유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자유롭다는 마음을 만끽한 것은 한두 달쯤. 그다음은 다시 현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었다. 원래 돈이야 어쨌..
말도 안 되지만 현실적인 영화였다. 기억, 사랑에 관한.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사랑에 빠지면 처음에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사랑스럽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작은 흠이 보이기 시작한다. 티끌만큼 작은 흠이지만 그것은 해충처럼 연인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다. 벌레를 그냥 놓아두면 결국 모든 것을 갉아먹어 버리고 만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정결핍이라 사랑에 빠졌다고 쉽게 믿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한 사랑을 떠나보내고 새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진짜 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낸 것을 후회한다. 그런데 사랑은 이미 기억 저편에 묻혔고, 연인이던 사람도 더는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