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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늘씬한 여선생이 등장한다. 이름은 리타. 아무런 생각 없이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 는 내 외국드라마 순위권에 단숨에 진입했다. 이 드라마 재미있다. 재미? 평범한 재미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흥미로운 덴마크 드라마였다. 그러니까 덴드 되시겠다. 뭔가 파격적인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내용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속단은 금물. 평범한 사건과 인간관계가 '리타' 라는 캐릭터와 부닥치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말썽꾸러기 리타는 난잡한 데다 싸가지도 없고, 제멋대로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랑스럽다. 다 이유가 있다. 가끔 가다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는 따뜻함, 인간적인 면모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보다 더 남자답고 멋질 때가 많다. ..
모처럼 우리나라 소설가가 쓴 책, 산문을 읽고 기분이 좋았다. 나와 얼마간 마음이 통하는 작가가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사실 좋다는 흔한 말로는 부족하지만, 그 외에 칭찬을 더해 본들 사족이 될 것 같다. 아껴가며 읽은 책이었다. 겉 표지가 두부 모양으로, 책이 꼭 한 모의 두부를 연상시켜 정겹다. 책을 읽을 때면 겉표지를 벗겨 놓고 읽는데, 의 겉표지를 벗기니 오돌토돌한 종이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코를 들이대고 숨을 들이켰더니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완서 선생님. 연세 지긋하신 분이 쓴 글이지만 풋풋한 소녀 감성이 묻어나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집안 얘기도 많이 나오고, 본인의 엉뚱한 생각과 사상도 제법 드러나 있다. 다른 세대를 살고 있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싸이코패스라는 단어에서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얼마간은 그렇다. 주인공 제임스와 엘리사 한 번은 친구와 싸이코패스 범죄자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전화통화를 했다. 친구는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준비라도 하고 있던 사람처럼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런 놈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어느 정도 수긍하다가 눈치껏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래도 싸이코패스를 더 잘 이해하면 그 다음에는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람 대 사람으로." 라고. 친구는 그런 놈들에게 내 세금을 들여 연구할 마음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저 위에 계신 분들이 결정하면 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얻게 되어 기분이 좋았던 책이다. 보통 소설집은 실려 있는 단편 중 하나를 책의 제목으로 채택한다. 김영하 작가의 도 다르지 않았다. 맨 처음에 오직 두 사람이 실려 있었다. 우선 앞의 두 편만 읽었다. 오직 두 사람 과 아이를 찾습니다. 이상하게도 내가 고르는 우리나라 소설은 우연이라 믿고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어두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번은 우리 소설을 특히 즐겨 읽는 지인한테 물어보니, 그녀는 우리 소설이 밝아서 좋다고 했다. 우울한 이야기는 싫어서 망설이다 책갈피에 서표를 끼웠다. 나중에라도 다시 읽을 마음이 생기면 읽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읽은 두 편의 단편 소설은 어딘가 아픈 사람들에 관한 소설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
오래도 읽었다. 두 달쯤 책을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같다. 중간에 소설이 끼어들기도 하고, 다른 급한 일이 새치기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원 없이 늑장을 부렸다. 그만큼 내게는 어렵기도 했지만, 몹시 지루하기도 한 책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산문. 헤르만 헤세가 실제로 정원을 가꾸며 보낸 시간 동안 적은 글들을 하나로 묶은 값진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수필은 처음이었다. 이름 모를 자연의 구성원들이 많이도 나온다. 식물도감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모르는 식물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글에서 작가의 소년 같은 마음과 고뇌를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헤르만 헤세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적잖이 지쳤을 것이다. 푸르디푸른, 젊은 영혼의 ..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좋다. 를 읽는 동안 더 좋아진 것 같다. 그가 사용하는 단어, 문장을 보며 방대한 어휘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를 돕는 많은 인력을 떠올렸다. 세계적인 작가인 하루키를 옆에서 서포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정보원들부터 해서 교열자, 편집자. 그리고 친구들. 어쨌거나 글을 읽으며 연신 대단한 소설가라는 생각을 했다. 도 그랬지만, 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좋지 않은 평을 늘어 놓는 사람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가 재미있었다. 즐겼다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대중성도 가미되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면으로의 탐구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장(에..
저는 식사시간을 활용해 외국 드라마를 즐겨 봅니다. 요즘은 연애의 부작용(LOVE SICK)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면서 겪는 아픔에 관하여 다뤘다는 점이었어요.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어요. 보통 연애라고 하면 달달한 것부터 떠올리게 마련이잖아요? 저는 오히려 아픈 부분을 자세히 조명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신선하다고나 할까. 드라마의 시작은 주인공 딜런이 성병에 걸려서 그 사실을 예전 애인들에게 알리는 거였어요. 벌써부터 재미있죠? 사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봤는데 회를 더할수록 등장인물에 정도 들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게 좋았어요. 로맨틱 코미디스러운 요소가 많아요. 딜런과 에비. 루크, 그리고 음... 이름을 모르겠음.이놈의 ..
소설에서 나를 닮은 주인공을 찾아낸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와타나베, 의 남자 주인공. 그의 색을 정하자면 회색으로 하고싶다. 옅은 회색. 순수함을 나타내는 하얀색에 검정이 아주 조금 섞인 색. 삶과 죽음은 극과 극이 아닌, 삶이 죽음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인공의 생각은 스무 살의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둡다. 그래서 슬프고, 울적하고, 고독하다. 왜 장미빛으로 물들어야 할 청춘이 이다지도 고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소설이 말하고 있다. 조금 이르게 찾아온 고독이 소년의 삶을 무너뜨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줄타기를 하며 소설을 읽었다. 많은 소설이 그렇듯 명확한 끝은 없다. 삶이라는 연장선 위에 놓인 이야기. 가끔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 때가 온다. 삶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올 때도 ..
"네 잘못이 아니야!"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아픔은 나몰라라 묻어두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고. 그런데 묻어둔 상처는 평생 우리를 따라다닌다. 잊고 지낼 순 있겠지만, 잊는다고 해서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모두 숀(로빈 윌리엄스) 같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병원에 들러 볼만도 할 것 같다. 그런데 정신과 치료라고 하는 것이, 눈으로 보기에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거기에 돈을 쓰기가 꺼려진다. 영화라서 윌(맷 데이먼)은 쉽게 좋은 정신과 치료 선생님(혹은 친구도 된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현실은 더 어렵다. 하지만 사람이 가장 좋은 치료약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만 있다면 당신의 정신..
잭 니콜슨의 영화는 무조건 본다. 그의 영화는 진심이 우러나오는 것 같아서. 를 간단히 얘기해보면, 죽을병에 걸린 두 노인이 우연히 병원에서 만나 죽기 전까지 원 없이 놀아보자는 내용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았다. 간절히 원하는 것. 꼭 해야만 하는 것을 골라야 한다. 영화가 가진 소재만 봐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 같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니까. 젊은 나로선 이질감이 드는 부분도 많았지만, 컵라면을 먹으며 내 인생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0년 후에도 여전히 컵라면을 먹고 있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 많이 되지는 않아서 그리 감동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그러므로 ★★★☆☆ 별 세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