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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축축하고 어둡고, 가끔 햇빛이 들긴 하는 것도 같은데 부족하다. 납치당하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 한 소녀.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에 너무 가혹한 일이 펼쳐진다. 이미 아저씨가 된 나도 못 견딜 것 같은 일들을 어린 소녀가 견뎌낸다. 가슴이 먹먹하다. 너무 어두워서 현실성이 없어 보일 정도. 가끔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상상을 한다. 실제로 잠깐 그런 경험도 있었다. 다 늦게 한 가출은 곧 눈칫밥이었다. 2주쯤. 아주 친한 형 집에서 지냈는데도 불편했다. 그 불편한 생활이 쭉 이어진다고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만큼 가족이 없고, 집이 없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갓난아기 때 납치당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그녀가 남겨 놓은 발자국을 따라 이야기가 쓰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산 넘..
주인공 제인 오스틴은 실존했던 소설가다. 평소에 소설에 관심이 많아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소설을 내 멋대로 세 갈래쯤으로 나눠본다. 하나, 글을 쓰고 싶게 하는 소설. 둘, 재미있는 소설. 셋, 재미없는 소설. 제인 오스틴은 재미있는 소설을 쓴 여자다.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그녀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 줄 영화. 영화 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이야기라 더 재미있었다. 오만과 편견은 소설로 먼저 읽고 영화를 본 터라 재미가 덜했다. 에서 제인 오스틴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중간중간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영화에서는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이라는 작품도 읽었는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전부 느낌이 비슷하다. 소녀가 경험한, 혹은..
욕망 앞에서 사람 마음은 흔들리는 촛불 같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도 곧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차례로 다녀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뱃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배우로서 조승우와 이병헌을 아주 좋아한다. 둘이 작품으로 만난 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하면 깡패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그런 영화가 많다. 황정민이 나오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한국영화는 왠지 다 재미있다. 아니면 재미있는 것만 봐서 그런가. 하여간 도 폭력이 섞인 영화다. 정치와 폭력을 다룬 우리나라 영화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게 정도인데, 내부자들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세 시간. 꽤 긴 러닝타임인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이런 게 취향 저격인가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독한 악역이나..
요즘 왜 이렇게 헛다리를 짚는지 모르겠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이나믹하고 시원한 느낌 대신에 먹먹함만 얻었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다. 주인공 월터 미티. 그는 16년간 한 잡지사, LIFE에서 사진 인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일상이, 일이 조금 지겹다. 그래서 상상하기 시작한다. 멍때리기. 한 번 넋이 나가기 시작하면 현실 세계가 사라지고 그 안으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상상하는 동안 그의 바깥세계는 그대로 멈춰있다. 조금 부족하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던 그에게 두 가지 머리 아픈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숀 펜이 연기한 이름난 사진작가 션 오코넬. 그가 보낸 25번 사진이 행방불명 된 것. 그리고 LIFE지가 이번 호로 폐간한다는 ..
소설이 소설답다는 건 무엇일까.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깨달음? 재미? 아니면 시간 때우기? 잘 모르겠다. 내가 그나마 생각한 소설에 대한 답은 '그냥'이었다.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평범한 이야기는 우선 재미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로알드 달의 소설은 대부분 재미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에 초점을 둔다. 대부분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그의 주제다. 최근 읽은 소설들이 모두 지독한 현실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로알드 달의 은 나름 힐링이었다. 은 여러 단편을 엮어놓은 단편집이다. 구성이 아주 알차다. 실화를 바탕으로 적어놓은 소설과 허구적 이야기가 뒤범벅되어 있다. 그가 소설가가 된 이유와 그의 첫 번째 소설도 수..
당신이 지금 삶에 지쳐있다면, 작든 크든 분명히 이 영화가 당신을 위로 할 것이다. 우선 스포일러 조금 주의. 오가며 영화 의 포스터만 보았을 땐 앤 해서웨이가 인턴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 반대였다. 줄거리는 어찌 보면 빤한 줄거리다. 삼십 대에 이미 성공한 쇼핑몰 CEO 줄스. 그녀의 성공에는 남편의 희생이 따랐다. 줄스는 전업 남편 역할을 곧잘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가족과의 시간을 벌기 위해 직업 CEO를 대신 내세울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란 쉽지 않은 일.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진다. 사건의 중심에는 새로 고용된 시니어 인턴 벤이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했다. 젊은 CEO 줄스에게 벤 휘태커..
단순히 오락 영화라고 볼 수도 있는 영화. 그렇지만 인권 영화. 욕으로 시작되어 욕으로 끝나는 영화라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던가. 1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나처럼 2편도 곧 보게 된다. 우선 스포일러 조금 주의. 설정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서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1편을 꼭 보기 바란다. 조금 오래되어 잘 기억나진 않았지만, 2편을 보면서 가물가물 기억이 돌아왔다. 곰이 나보다 더 재미나게 사는 것 같아 괴로운 마음도 조금 들었다. 게다가 결혼까지 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금발의 미녀와 결혼을 한 테드는 여느 사람처럼 권태기에 접어든다. 그들은 권태기를 물리칠 방법으로 아기를 생각해낸다. 둘은 사랑하지만, 육체적인 한계로 아이를 갖지 못하자 인공수정 계획을 감행하지만 여의..
시도 글쓰기라면 글쓰기라서 여기에다 적어보려고 한다. 언젠가 안도현 시집을 들고 소설책처럼 쭉쭉 읽어내려간 기억이 났다. 왠지 시는 한 문장, 또 한 문장,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지만, 그 일이 좀처럼 쉽진 않았다. 그렇게 절반쯤 읽어 놓고 문제의 시집 '북항'은 내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얼마 전 안도현이 적은 시작법을 손에 넣게 됐다. 안도현의 시작법이 시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절반은 시집이나 다름없었다. 여러 시인의 시를 짜깁기 한. 시를 쓰는 방법을 얘기하려면 예문이 필요하니까.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제목도 시인답다. 막상 책을 덮고 남는 기억은 별로 없지만, 당시에 대충 읽진 않았다. 깐깐한 선생님처럼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질책도 하고, 어머니처럼 따뜻하..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 때문에 조지오웰이 쓴 1984를 다시금 펼쳤다. 막상 꺼내고 보니 요즘 읽던 책들보다 훨씬 두꺼웠다. 처음에는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다는 기쁨 때문에 잘 몰랐는데, 소설의 전개가 더뎠다. 그래서 지루했다. 절반까지 읽는 데만 며칠이 걸릴 정도로. 그렇지만 그 뒤로는 술술 잘 읽혔다. 고작 일이 년 사이에 다시 읽는 건데 흥미로운 대목이 달랐고, 그전보다 전체적인 그림이 좀 더 뚜렷했다. 1949년에 출간된 는 당시에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 글이 20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 신기했다. 소설 속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로 삼국 통일된 상태다. 주 무대는 오세아니아. 소설은 모든 권력구조가 세 단계라고 말한다.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다...
을 두 번째 읽었는데, 이 단편 소설은 내게는 조금 어려웠다.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쌩쌩하다가도 이 책만 들면 졸음이 밀려왔다. 요즘은 그래도 이책 저책 널뛰지 않고 한 권을 쭉 읽는 편인데도 그랬다. 별로 두텁진 않은 책으로 열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길이도 가지각색. 에 들어 있는 단편이 모두 다 졸린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에 비해 그랬다는 얘기다. 소설 속 짧고 긴 이야기들이 두루 말하고 있는 게 있다. 하나는 더블린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라는 것, 두 번째는 어떤 결말이 있다기보단 계속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단편 소설이 그렇다. 삶의 한 조각을 꺼내어 보여주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은 훌륭했다. 밋밋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