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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로알드 달의 백만장자의 눈: 어른의 말로, 아이의 마음으로

부엉개 2017. 1. 11. 12:05

  소설이 소설답다는 건 무엇일까.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깨달음? 재미? 아니면 시간 때우기? 잘 모르겠다. 내가 그나마 생각한 소설에 대한 답은 '그냥'이었다.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평범한 이야기는 우선 재미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로알드 달의 소설은 대부분 재미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에 초점을 둔다. 대부분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그의 주제다. 최근 읽은 소설들이 모두 지독한 현실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로알드 달의 <백만장자의 눈>은 나름 힐링이었다.


  <백만장자의 눈>은 여러 단편을 엮어놓은 단편집이다. 구성이 아주 알차다. 실화를 바탕으로 적어놓은 소설과 허구적 이야기가 뒤범벅되어 있다. 그가 소설가가 된 이유와 그의 첫 번째 소설도 수록되어 있다. 힌트를 좀 주자면 그의 소설이 그렇듯 소설가가 된 계기도 조금 당황스럽다.


  나는 <백만장자의 눈>에 수록된 단편 중 백만장자의 눈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긴데 가장 빨리 읽은 것 같다. 백만장자의 눈 또한 허구다. 어른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 소년의 마음을 가지면 저런 글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쓰는 말, 아이가 가진 마음. 사람에 따라 쉬울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일을 하건 당장 돈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나는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책을 덮고 난 뒤 생각나는 거라곤 피식거리며 웃던 기억뿐이다. 제임스 조이스가 쓴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한숨만 푹푹 내쉬던 걸 생각하면 그래도 피식거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읽고 나서 쓸 말은 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저 로알드 달이 가진 풍부한 상상력과 아이의 마음을 좀 닮고 싶다는 생각 정도? 아니다. 아주 많이 닮고 싶다. 그런데 억지로 그렇게 하려고 해봐도 잘 안 된다. 그냥 생긴 대로 살면서 가끔 그의 소설을 꺼내 읽으며 피식거리는 게 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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