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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구름 낀 흐린 나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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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구름 낀 흐린 나날

부엉개 2017. 1. 18. 21:37

  축축하고 어둡고, 가끔 햇빛이 들긴 하는 것도 같은데 부족하다.


  납치당하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 한 소녀.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에 너무 가혹한 일이 펼쳐진다. 이미 아저씨가 된 나도 못 견딜 것 같은 일들을 어린 소녀가 견뎌낸다. 가슴이 먹먹하다. 너무 어두워서 현실성이 없어 보일 정도.






  가끔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상상을 한다. 실제로 잠깐 그런 경험도 있었다. 다 늦게 한 가출은 곧 눈칫밥이었다. 2주쯤. 아주 친한 형 집에서 지냈는데도 불편했다. 그 불편한 생활이 쭉 이어진다고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만큼 가족이 없고, 집이 없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갓난아기 때 납치당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그녀가 남겨 놓은 발자국을 따라 이야기가 쓰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산 넘어 산이 나오고, 산을 넘고 났더니 낭떠러지다. 그런 탓에 소설은 계속 우중충하다. 가끔 야트막이, 흐리게나마 빛이 깔리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어둠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이라 좀처럼 공감이 힘들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해방감 마저 들 정도였다. 






  소설을 다 읽고 떠오르는 그림은 이렇다.


  회색 구름이 두껍게 깔린 하늘, 몹시 작은 틈 사이로 마침내 가느다란 빛줄기 하나가 새어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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