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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George Orwell: Nineteen Eighty-Four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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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George Orwell: Nineteen Eighty-Four

부엉개 2016. 12. 28. 14:00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 때문에 조지오웰이 쓴 1984를 다시금 펼쳤다. 막상 꺼내고 보니 요즘 읽던 책들보다 훨씬 두꺼웠다.






  처음에는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다는 기쁨 때문에 잘 몰랐는데, 소설의 전개가 더뎠다. 그래서 지루했다. 절반까지 읽는 데만 며칠이 걸릴 정도로. 그렇지만 그 뒤로는 술술 잘 읽혔다. 고작 일이 년 사이에 다시 읽는 건데 흥미로운 대목이 달랐고, 그전보다 전체적인 그림이 좀 더 뚜렷했다.


  1949년에 출간된 <1984>는 당시에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 글이 20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 신기했다.


  소설 속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로 삼국 통일된 상태다. 주 무대는 오세아니아. 소설은 모든 권력구조가 세 단계라고 말한다.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다. 가장 위에 빅브라더를 포함한 내부당, 그 밑으로 외부당, 가장 낮은 프롤들이 있다. 프롤은 지금으로 치면 서민이다. 프롤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85%. 나머지 15%가 내, 외부당이다. 실세가 내부당이고, 외부당은 내부당의 손발쯤으로 보면 좋겠다. 주인공 윈스턴은 자신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30대 외부당원이다. 정작 자신도 당에 속해있지만, 당이 요구하는 '이중사고'나 당의 포부, 그들의 원칙을 옳지 않은 것이라 여긴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은 과거를 조작하고, 온갖 사악한 방법들로 반역자를 잡아들이고 처단한다. 그들을 비밀리에 잡아들이는 것이 '사상경찰'이다. 당이 가장 엄하게 다루는 사안이 사상범죄다. 당이 말하는 모든 것들에 하나라도 토를 달거나 그에 반하는 생각만으로도 사상범죄가 성립된다.


  주인공 윈스턴은 어떤 면에서는 프롤들이 가장 인간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는 자신도 그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이 언젠가는 당을 무너뜨릴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가진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무지하고 나약하다 여긴다. 머릿속 생각은 결국 행동으로 드러나게 마련. 깊이 숨겨둔 생각들이 사소한 행동으로 드러나고, 그를 덫으로 떠민다.






  <1984>에는 몇몇 재미있는 장치가 있다.


  우선은 빅브라더와 골드스타인의 관계다. 빅브라더는 세 열강 중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오세아니아의 지도자다. 골드스타인은 '형제단'이라는 오세아니아 당 반란 세력의 지도자다. 주인공 윈스턴은 오세아니아 외부당인 진리부에 근무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형제단을 꿈꾼다. 당원들이 골드스타인과 형제단을 원하게 되면 그것은 곧 사상범죄인데, 즉 골드스타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당원이 잡혀가는 것이다. 결국, 존재 여부도 확실치 않은 골드스타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당은 손쉽게 사상범죄자들을 잡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골드스타인이라는 이름은 표면적으로 당의 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속박, 무지는 힘. 당의 슬로건이다. 슬로건에는 '이중사고'라고 하는 소설 속 장치가 녹아 있는데, 정말이지 소름 끼친다. 이중사고란 2+2=4지만 2+2=5나 2+2=3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슬로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이중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당에는 진리부, 애정부, 풍요부, 평화부가 있는데 저기에도 이중사고가 깃들어 있다. 진리부는 과거를 조작하여 거짓을 진실로 만들고, 애정부는 반역자들을 고문하거나 처단한다.

  

  저렇게 소설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 장치가 오늘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실제로 '전쟁은 평화, 자유는 속박, 무지는 힘'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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