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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때로는

부엉개 2017. 1. 12. 19:54

  요즘 왜 이렇게 헛다리를 짚는지 모르겠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이나믹하고 시원한 느낌 대신에 먹먹함만 얻었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다. 주인공 월터 미티. 그는 16년간 한 잡지사, LIFE에서 사진 인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일상이, 일이 조금 지겹다. 그래서 상상하기 시작한다. 멍때리기. 한 번 넋이 나가기 시작하면 현실 세계가 사라지고 그 안으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상상하는 동안 그의 바깥세계는 그대로 멈춰있다. 조금 부족하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던 그에게 두 가지 머리 아픈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숀 펜이 연기한 이름난 사진작가 션 오코넬. 그가 보낸 25번 사진이 행방불명 된 것. 그리고 LIFE지가 이번 호로 폐간한다는 사실이다. 잃어버린 25번 사진이 바로 마지막 LIFE지 표지를 장식할 사진이다. 삶의 정수가 담겨 있다는 표지사진. 월터는 사라진 25번 사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한다. 판에 박힌 그의 삶은 과연?


  영화는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기대하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평소에도 한 가지 일을 십 년이 넘도록 하는 사람을 보면 늘 신기했다. 주인공이 그랬고, 내 초등학교 동창 중에도 그런 애가 하나 있다. 그를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다. 가끔 갖는 술자리에서 나랑은 정말 다른 사람이라는 것만 확인하게 된다. 그래도 그 술자리가 대체로 즐겁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진 않는다. 왜 좋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 동경?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간 사람에 대한 동경 같다.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붙잡고 지낸 사람들은 대체로 차분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한 우물만 판다는 것. 반복, 지루함, 권태. 이런 걸 어떻게 견뎌내는 걸까. 권태 안에서 피어나는 꽃? 만약 꽃이 피어나기도 전에 죽어버리면? 조금 어렵다.


  내게는 너무 어렵다. 영화도, 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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