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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 The Intern : 진짜 어른. 그리고 친구

부엉개 2017. 1. 10. 13:51

  당신이 지금 삶에 지쳐있다면, 작든 크든 분명히 이 영화가 당신을 위로 할 것이다.






  우선 스포일러 조금 주의.


  오가며 영화 <인턴>의 포스터만 보았을 땐 앤 해서웨이가 인턴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 반대였다. 줄거리는 어찌 보면 빤한 줄거리다. 삼십 대에 이미 성공한 쇼핑몰 CEO 줄스. 그녀의 성공에는 남편의 희생이 따랐다. 줄스는 전업 남편 역할을 곧잘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가족과의 시간을 벌기 위해 직업 CEO를 대신 내세울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란 쉽지 않은 일.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진다.


  사건의 중심에는 새로 고용된 시니어 인턴 벤이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했다. 젊은 CEO 줄스에게 벤 휘태커는 그저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직원이었지만, 벤의 꿋꿋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고 차츰 마음을 돌리게 된다. 벤은 줄스에게 좋은 부하직원, 때로는 아버지, 또 인생 선배로서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내 마음을 가장 세차게 뒤흔든 것은 로버트 드니로의 벤이라는 캐릭터였다. 나이 70세. 한 직장에서 40년 근무. 사별. 그런 과거를 가진 벤은 딱 내가 원하는, 되고 싶은 할아버지였다. 그의 됨됨이가 그랬다. 생명을 가졌다면 그들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라는 것은 수직, 상하, 위아래 관계가 아니다. 이런 친구라는 관계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위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한다.


  줄스와 벤의 관계는 그런 면에서 재미있다. 나이, 다르게 말해 인생 경험 면에서는 벤이 위에 있고, 회사 내 직급은 줄스가 위다. 다르게 말해 둘은 친구가 되기 몹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하지만 한 늙은 남자의 노력, 즉 벤의 노력이 사소한 실수 한 번으로도 끝나버릴 수 있는 관계를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만들어 간다. 그의 노력에 나중에는 줄스도 덩달아 노력한다. 어떤 관계든 그렇겠지만, 친구라는 관계는 서로의 노력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벤은 어른이라는 이름을 스스럼없이 버린다. 딱 나쁜 점만.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덜자란 어른들이 많다. 어쩌면 나도 그중 하나다. 대부분 그렇다. 벤이 버린 어른의 면모는 이런 것이다. 이미 자신이 세상을 다 안다는 듯한 태도. 타인을 제 생각대로 이끌 수 있다는 오만함.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기피.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무엇보다 그는 침묵할 줄 알고, 상대방이 아픔을 말할 때, 제 일처럼 인상 쓰며 들어준다. 그 말은 곧 사람을, 삶을 사랑한다는 얘기도 되겠다. 나이를 먹었는데 이런 것들을 잘 못 하면 결국 고독 밖에는 남지 않는다.


  보통 영화는 한 번만 보게 되는데, 오랜만에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따뜻한 영화를 만났다. 보는 내내 행복했고, 지금도 벤을 떠올리면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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