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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프랑스 드라마는 처음이다. 넷플릭스를 애용하다 보니 오프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 드라마들은 오프닝을 상당히 신경써서 만든다. 배우 얼굴만 줄줄이 보여 주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문화 차이일 수도 있고. 어쨌든 '파리에선 사랑을'의 오프닝은 단순한 편이었다. 사람은 동등하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사랑도 그렇다. 뭐, 이론은 그럴 듯하다. 모두 삶을 살아 보아 알겠지만, 이론과 실재는 몹시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연애 상대가 매춘부라고 하면, 덮어놓고 "안돼!"라고 말할 것 같은데.. 여자 삼인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시청에서 근무하는데,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순진한 여자. 나이는 서른. 그녀의 실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과 두 친구의 캐릭터는 확실하다. ..
넷플릭스에서 하는 퍼니셔를 보고는 마블 시리즈에 꽂혔다. 여운을 이어가고 싶어 다른 마블 시리즈가 없나 찾다가 그나마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제시카 존스를 재생했다. 중간에 껐다. 밥 먹을 때 볼 재미있는 드라마가 필요해! 별나도 괜찮아'는 이미 시즌1을 봤었다. 삶이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퍼니셔와 다를 게 없는 전투적인 드라마다. 실제로 총알이 날아다니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만의 시선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한편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될 것 같다. 평범하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닿을 수 없는 우월함이 되기도 한다. 그걸 본능적으로 알기라도 하듯, 우리는 자신보다 모자라 보이는 사람에게 모질다. 아니, 모질기 짝이 없다. 샘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이 있다. 남극..
우리 누나는 오래 전부터 스티븐 킹을 좋아했다. 나는 소설에 빠져든지 4년 만에 그렇게 되었다. 지금. 그전에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유혹하는 글쓰기)을 읽고, 나는 그를 조금은 허풍쟁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면에는 질투심이 있었다. 남자는 언제나 남자를 질투하니까. 나이가 많든 적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본다. 내 오랜 습관. 뭔가 그럴 듯한 말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냥 재미있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천재다. 악몽을 파는 가게' 가 더욱 특별했던 점은 단편 소설 앞머리마다 적힌 서문 때문이었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도 그렇고, 그게 아니라도 흥미롭긴 매한가지. 그렇지만 소설을 쓰는 습작생의 처지로는 환호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편마다 서문을 적어 놓은 책은 여태껏 본 적이..
해병대 특수부대 출신 프랭크 캐슬. 그가 화났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약자가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쓰는 말이지만, 이번에 억울한 쪽은 악당들이다. "그냥 죽어." 원래 살인은 안 되는 거지만, 드라마니까.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는 데어데블과는 대조적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퍼니셔는 나쁜놈이라고 판단하면 다 죽인다. 넷플릭스 마블 시리즈인 '데어데블'에서 퍼니셔가 잠깐 등장하는데, 그때 따로 퍼니셔를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나와서 기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고들 하는데, 퍼니셔라는 캐릭터가 내게는 그랬다. 잡생각이 많아 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는, 그가 가진 터프함과 단순명료함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가족의 몰살, 절..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선과 악, 권선징악의 법칙을 따랐고, 여전히 그런 작품은 많다. 나는 이제 그런 작품은 좀 식상해서 싫다. 다르게 말하면 유치하다. 실제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이제 시즌3이 종료 된 미국 드라마 데어데블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맹인이 무장한 특수요원을 마구잡이로 쓰러뜨리는 측면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부분 말이다.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맷 머독(데어데블)이 스산한 기운을 뿜뿜해대면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악역 윌슨 피스크에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또한 멜랑콜리.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다. 데어데블은 정신병 환자다. 주변에 과하게 착한 사람들을 보면 정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진지).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때는 그럴 수밖에..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드라마다. 이제는 행여라도 내가 상류층이 될 거라는 달콤한 상상 따위는 하지 않지만, 호화로운 눈요깃거리는 언제나 환영이다. 파티와 사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1%의 1%면 0.01%가 되는 건가.. 재벌가 얘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것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제 좀 식상하다. 뭔가 새로운 재벌가 스토리가 필요하다. 아마 이 드라마가 그런 욕구를 채워 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최소한의 룰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을 막론하고, 태어나서 얼마간 숨을 쉬었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공유한, 어쩌면 보다 친근한 사이다. 그럼에도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 드라마에서는 특히 가족 관계가 더 엉망..
유아인, 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밀회'를 감명 깊게 보고난 뒤 인터넷 검색을 했다. 작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때 가끔 하는 행동이다. 밀회'는 '도쿄타워'라는 원작이 있는 드라마였다.원작자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밀회는 원작과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을 가졌다고. 에쿠니 가오리는 과거에 내가 읽은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알기 전부터 나는 밀회를 보며 중간중간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을 받았었다. 허무하면서도 차가운,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성.그런 탓에 밀회를 검색하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찌릿했다. 감성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그 깊이와 파장이 더 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소설의 감성이 영상에서 느껴진다..
도중에 그만 드라마를 끌 뻔 했지만, 유아인이 등장할 때까지만 보려고 참았다. 그전에 본 드라마 '밀회'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연 여배우는 박민영,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남자 배우진이 무지막지하다.유아인, 송중기에 박유천의 연기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니 그럭저럭 괜찮았다.어쨌든 송중기가 이렇게 잘생겼었나, 하는 생각이 든 건 신선했다. 밀회'를 워낙 재미있게 본 터라, 유아인이 나오는 작품을 더 보고 싶어서 성균관 스캔들을 찾게 되었는데, 송중기와 함께 서브 주연이라 출연이 뜸했다. 하지만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조연 배우들이 나오는 것은 좋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배우를 보고 고르면 좋은 점이, 작품이 재미 없어도 그나마 좋아하는 배우는 볼 ..
천재적인 재능은 질리지 않는 소재 중 하나다.영화, 드라마, 소설 어디에서든 유효한 듯하다. 퀵배달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한 청년(이선재-유아인)이 등장한다. 그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악착같이 살아오며 쌓아 온 것들 때문에 주저하는 삶을 살고 있는 오혜원 실장(김희애). 피할 수 없는 만남.선재는 스물, 혜원은 마흔이다. 선재를 만나고 혜원은 이렇게 말하게 된다."다 까불지 말라 그래, 음악이 갑이야!"그간 자신의 얽매였던 감정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혜원은 도피처가 필요했다. 진흙탕 같은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그녀는 잊고 있던 음악으로, 자신의 순수로 돌아가려한다. 드라마나 소설 같은 허구 작품을 즐길 때, 제각각의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고 얼마간 열린 자세로 감상하려고 노력..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를 인상 깊게 봤다. 시작은 서현진 때문이었는데 결국 이민기의 캐릭터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연기도 좀 보고 싶어졌다.넷플릭스에 뜬 작품 중에서 귀에 익은 제목인 '황제를 위하여'를 골랐다. 영화를 간추려 보면 이렇다. 찌르고, 찌르고, 응응... 찔리고. 문득 사시미 들고 설치는 영화가 우리나라에 왜 이리 많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니,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 덕분에(?) 우리나라 영화판이 이 모양이 된 것이었다. 왜 그랬나 친구. 아, 친구를 몇 번이나 다시 봤으니 나도 한몫한 셈인가. 느와르 영화는 병신 같아도 멋있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적어도 반은 성공.황제를 위하여는 당최 멋있는 구석을 찾기가 어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