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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드,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싸이코패스의 시선으로?

부엉개 2018. 1. 30. 14:47

싸이코패스라는 단어에서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얼마간은 그렇다.





주인공 제임스와 엘리사



한 번은 친구와 싸이코패스 범죄자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전화통화를 했다. 친구는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준비라도 하고 있던 사람처럼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런 놈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어느 정도 수긍하다가 눈치껏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래도 싸이코패스를 더 잘 이해하면 그 다음에는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람 대 사람으로." 라고.


친구는 그런 놈들에게 내 세금을 들여 연구할 마음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저 위에 계신 분들이 결정하면 우리는 별 수 없다. 나는 친구의 분노에서 한 자락 공포를 엿보았다. 사람들은 뭔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혐오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잘 모르면, 무서운 게 인지상정. 벼룩의 존재를 몰랐다면 괜찮았을 것도 그것들의 존재를 앎으로써 이맛살이 구겨지는 것처럼. 뭐, 별로 절묘한 예는 아니라도 그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는 친구를 설득하려는 마음을 접었다. 애초에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내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와는 30년지기 친구라서 서로를 잘 알 뿐더러 서로 설득하거나 간섭하려는 태도를 강하게 내비치지 않는다. 그런 건 이제 지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게 섭리에 맞는 것 같다.






이놈의 영드 주인공이 싸이코패스라 그에 얽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구구절절 나왔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이제 열일곱 먹은 싸이코패스다. 아니, 자신을 싸이코패스라고 믿고 있는 녀석이다. 세 편쯤 봤는데, 새로운 시각의 드라마라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 짬날 때마다 보고 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끓는 기름에 손을 담그는 가 하면 동물들을 죽이기도 했다. 그의 그런 행동들을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과거의 상처를 발견할 수 있다. 어쨌거나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감정이 없다고 느끼며, 자신이 싸이코패스라고 단정짓게 된다. 마침내 '사람을 죽여 보면 어떨까?' 마음 먹기에 이른다. 과연 그의 살인은 성공할 수 있을까?


드라마의 궁극적인 의도는 잘 모르겠다. 싸이코패스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것? 유별난 사람에 관한 이해? 역시 잘 모르겠다. 뭐가 됐든 이런 시도는 좋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 끼리도 서로를 잘 모르는 게 현실이지만, 단번에 싸이코패스를 이해하게 된다면 인류는 크나큰 도약을 하는 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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