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로그
<소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나보다 더 힘드니? 본문
소설에서 나를 닮은 주인공을 찾아낸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와타나베, <노르웨이 숲>의 남자 주인공. 그의 색을 정하자면 회색으로 하고싶다. 옅은 회색. 순수함을 나타내는 하얀색에 검정이 아주 조금 섞인 색.
삶과 죽음은 극과 극이 아닌, 삶이 죽음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인공의 생각은 스무 살의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둡다. 그래서 슬프고, 울적하고, 고독하다. 왜 장미빛으로 물들어야 할 청춘이 이다지도 고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소설이 말하고 있다. 조금 이르게 찾아온 고독이 소년의 삶을 무너뜨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줄타기를 하며 소설을 읽었다.
많은 소설이 그렇듯 명확한 끝은 없다. 삶이라는 연장선 위에 놓인 이야기. 가끔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 때가 온다. 삶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두려움으로 몸서리 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삶에 몸을 맡기는 법을 조금씩 배워 나간다.
소설이 대리만족이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한 생각, 또는 상상. 나보다 더 괴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내 삶을 돌아본다. 그러다보면 어쩌면 살아 볼만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소설은 그렇게 내 삶을 아슬하게 이어주는 친구같은 존재다. 노르웨이의 숲은 새로이 나의 친구가 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다.
노르웨이의 숲을 몇 번쯤 더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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