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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레나: 가시 없는 꽃

부엉개 2017. 2. 8. 03:10

  영화의 색감이 참 좋았다. 누런 듯, 바랜 색감이었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주인공 말레나(모니카 벨루치)는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고 혼자 지내는 유부녀다. 누구든 마주치면 주문처럼 한 번은 뒤돌아볼 만한 외모를 가진. 작은 마을이지만, 말레나를 향한 폭력은 소리 없이 도사리고 있다. 남자들은 음흉한 상상으로. 여자들은 질투심으로. 숨어있던 폭력은 말레나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과 함께 물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대놓고 그녀에게 치근덕대고, 여자들은 말레나에 관해 떠들기 시작한다. 말레나가 잘생긴 군인 장교를 만났다는 것이 씨앗이 되어 없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그녀가 몸을 판다는 소문까지 난다.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그녀를 매도한다.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데. 말레나를 변호해준 변호사마저 맨입으로 도와준 것이 아니었다. 몸을 원했다. 아무런 죄도 없었지만, 소문 때문에 일도 할 수 없고, 아버지마저 딸에게 등을 돌렸다.


  철저히 혼자가 된 말레나.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설정 자체가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과는 몹시 다르다. 그렇지만 죄 없는 사람이 죽고, 큰 죄가 있어도 잘 사는 것은 비슷하다. 약자라는 점에서 말레나는 우리와 닮았다. 우리는 각자 안고 사는 문제 앞에서 모두 약자다. 말레나는 가시 없는 장미처럼 약했다. 욕설과 구타를 당하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기고, 마을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 말레나를 사모하던 한 소년은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졸이며 지켜본다.


  죽었다던 말레나의 남편은 팔 하나를 잃고 거지 같은 몰골로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아내가 없다. 마을 사람들은 작당하고 말레나는 물론 그녀의 남편까지 기만한다. 소년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의 눈 때문에 쉽사리 관여할 수 없다.


  오해받고, 집단폭행 당하고, 죄 없이 마을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온다. 실제로 죄를 지은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것도 잃지 않았고, 무거운 발걸음이지만 다시 당당하게 시장길을 걷는다.






  눈부신 외모를 가진 한 여인. 영화에서는 말레나를 성적 대상으로만 단정 짓는다. 어린 소년의 눈에서부터. 그렇지만 온갖 수모를 다 겪고 쫓겨난 말레나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 시장을 걷는 모습은 엄연히 한 인간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 여자, 흑인, 백인, 늙고, 어린 것을 떠나 그냥 한 사람을.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말레나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을의 약자, 사회의 약자, 그렇지만 아름다운 여자. 그 여자는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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