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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영화

<영화> 계춘할망: 온전한 내 편

부엉개 2017. 2. 9. 15:15

  영화를 보며 "온전한 내 편."이라는 계춘할망의 대사가 머리에 꽂혔다.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다. 엄마는 살면서 온전한 내 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가끔 내게 건넨다. 사실 그 말은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귓등으로 날려버렸던 말이 이제는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외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친할머니 할아버지도 지금은 세상에 없다. 내가 군대에 막 입대하고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우리 친할머니도 계춘할망처럼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내 친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그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보다 휴가를 나왔다는 사실이 더 기쁠 만큼 별로 친하지 않아서였다. 나도 그랬고, 그들도 슬하 9남매의 무수히 많던 손자 중 하나라 내 이름을 아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만큼 할머니라는 존재,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계춘할망에 감정 이입하기 어려웠는데도 영화는 먹먹하게 가슴을 조여왔다.






  <계춘할망>에서는 계춘 역을 맡은 윤여정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표정 하나, 입을 열고 나오는 말 한마디가 꼭 내 진짜 할머니, 내 편 같아 보였다. 버석버석 말라 있던 가슴이 조금은 촉촉이 젖었다. 할머니라는 존재, 또는 온전한 내 편. 할머니는 내가 만들 수 없지만 온전한 내 편을 만드는 일에는 조금 몰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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