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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리타: 몸만 자란 아이

부엉개 2017. 2. 8. 15:27

  가슴속 깊은 욕망.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그런 욕망에 관한 영화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로리타>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변태라느니, 범죄자라느니 하면서. 영화 로리타는 소설 <롤리타>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나는 소설을 먼저 읽었다. 소설이 허구라는 점을 이용해 깊숙한 남자의 심리를 반영한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을 별로 각색하지 않고 영화로 만들었다.






  험버트(제레미 아이언스) 교수는 어린 시절 가슴 떨리는 첫사랑을 그녀가 가진 병 때문에 잃었다. 첫사랑이 모두 그렇듯 그는 아픔을 겪는다.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에 첫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제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른다.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생긴다. 우리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엄연히 장애다.


  험버트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머릿속 깊은 곳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혹은 욕망. 몸이 불편한 것을 흔히 장애라고 하지만, 정신적 아픔도 장애다.


  영화를 보는 내내 험버트 교수가 불쌍했다. 몸은 자랐지만, 정신적으로 멈춰버린 그의 이성관. 성인 여자가 이성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아직 가슴이 밋밋한 덜 자란 아이가 이성으로 보이는 자신이 얼마나 구역질 났을까. 하지만 자기혐오보다 본능이 우선이었다.


  돌로레스 로리타 헤이즈(도미니크 스웨인)는 활발하고 조금 엉뚱한 면이 있는 아이다. 나이에 비해 조금 조숙한 아이. 그런데 영화에서는 소설에서 묘사된 것보다 외모가 더 조숙했다. 로리타, 돌리, 혹은 '로'라고 불린다. 험버트는 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도저히 로와 떨어져 지낼 수 없어 그녀의 엄마와 결혼한다. 원치 않는 결혼을 할 만큼 로를 원한다.


  로의 엄마는 결혼 후 험버트가 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충격을 받아 사고로 죽는다. 험버트는 로의 엄마가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로와 함께, 둘만의 시간. 아무리 조숙하다곤 해도 아직 어린아이인 로는 영문도 모른 채 험버트와 함께하는 여행에 동참한다. 험버트는 그 시간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험버트는 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로는 갈대 같은 마음을 가진 십 대다. 그의 집착이 그녀의 숨통을 조금씩 죄기 시작한다. 선택권을 가진 남자와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미성년 여자아이라는 관계가 결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집착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로는, 돌리는, 돌로레스 로리타 헤이즈는 험버트에게 조금씩 지쳐간다. 결국, 벗어나고 싶다는 감정을 갖게 된 로리타.

  





  영화 로리타에서 재미있는 것은 미성년 여자아이를 성인으로만 바꾸면 우리가 흔히 하는 연애와 많은 것이 닮아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하는 평범한 연애도 한 쪽이 집착하기 시작하면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 선택권을 가진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아무리 사랑해도 자유를 박탈당하고 오랫동안 사랑할 수는 없다.


  나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다. 선택권이 가진 쪽이 되어보기도 했고, 반대 상황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집착이 관여하게 된다면 그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던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 <롤리타>를 읽으며 많은 상상을 했다.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흥분이었다. 보통 소설이 영화화되면 싱거운 것이 대부분인데 로리타는 다르다. 아주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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