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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소설> 달과 6펜스: 긍정 혹은 부정

부엉개 2017. 2. 22. 20:32

  소설이든 수필이든, 어쨌거나 글이라면 쓴 사람의 손을 떠나면 읽는 사람의 것이 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글이 좋은 힘이 될 수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볼 때, 어떤 글이 많은 노예를 해방하는가 하면, 또 어떤 글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이 내 인생에서 큰 파도를 일으킨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긍정적일는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지금껏 책을 읽고 확신이 생기면 너무 맹신했던 경향이 있었다.


  주인공은 중년의 나이에 책임을 다하고 가족을 떠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책임을 다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내의 처지에서 보면 나쁜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달과 6펜스를 처음 읽을 때 이런 점을 높이 샀다. 오래된, 아주 가까운 인간관계를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던져버릴 만큼 간절한 꿈을.






  처음 달과 6펜스를 읽을 당시 나는 나를 불태울만한 일이 필요했다. 가슴 뛰고,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 당시에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지겹고, 반복, 또 반복. 그런 느낌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전부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는데 나는 독신으로 어떻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오만이었다.


  나 자신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다. 마음 가는 대로 살아놓고 늘 환경 탓을 했다. 조금 나은 환경이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스무 살부터 10년 넘게 여러 가지 일을 전전하며 늘 꿈에 대한 아련함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정작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루에 해가 두 번 뜬다거나, 낮과 밤이 뒤바뀌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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