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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영화

<영화> 이터널 선샤인: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부엉개 2017. 1. 26. 20:45

  말도 안 되지만 현실적인 영화였다. 기억, 사랑에 관한.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사랑에 빠지면 처음에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사랑스럽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작은 흠이 보이기 시작한다. 티끌만큼 작은 흠이지만 그것은 해충처럼 연인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다. 벌레를 그냥 놓아두면 결국 모든 것을 갉아먹어 버리고 만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정결핍이라 사랑에 빠졌다고 쉽게 믿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한 사랑을 떠나보내고 새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진짜 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낸 것을 후회한다. 그런데 사랑은 이미 기억 저편에 묻혔고, 연인이던 사람도 더는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니다. 희미한 기억 말고는 그 어떤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랑.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한다. 좀처럼 잘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연인을 미워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아련함만 남는다. 이게 바로 추억이다. 나는 그랬다.


  여러 만남과 이별. 방황. 그러다 보면 혼자가 편해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 외롭다.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했던 사람에 관한 기억을 지운다는 다소 황당한 소재를 가진 영화지만 우리는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기억이 지금은 몹시 아픈 과거 사랑의 기억이라면 더욱이. 영화는 '사랑'과 '사랑했던 아픈 기억'이라는 빛바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기억세계와 현실 세계를 정신없이 오가는 색다른 장치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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