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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레이먼드 챈들러「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팬심이 필요한 책

부엉개 2018. 5. 27. 01:48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자주 거론한 덕분에 알게 된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 마치 친한 친구가 새 친구를 소개해 준 느낌이었다. 친해지는 건 별개의 문제였지만.


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추리소설을 완성한 작가라고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그 하드보일드 문체 말이다!


그전부터 레이먼드 챈들러를 알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환영할 만한 책.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 형식으로 쓰였다. 작가와 독자가 소설 주인공인 필립 말로에 관해 의견을 주고 받은 내용도 있고, 전체적으로 작가 개인의 생각이 적잖이 드러난다.






힘들게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칭얼거리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편집해 책으로 만든 탓이려나. 나 역시 받아 주는 사람만 있다면 수시로 칭얼거리고 싶으니까 이해는 간다. 취향에 잘 맞는 편은 아니라서 중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해치우고 다시 돌아와 읽었는데, 여전히 더듬거리며 읽어야 했다.


그래도 3분의 2가량 읽어 놓은 터라 순전히 인내심으로 끝까지 다 읽었다. 막판에는 작가의 글에서 아내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 혹은 그 비슷한 거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잃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만나 인생을 거의 함께했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 됐다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가 할리우드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 지루했다. 아마도 내 마음가짐 때문일 텐데, 이제 막 삶의 작은 부분에서 기쁨을 느끼기 시작해서 그런 것 같다. 할리우드 이야기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기만 했다. 오히려 작가의 일상적인 부분은 가까이 와 닿았다. 글쓰기에 관한 충고는 꽤 좋았다.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 중 얼마의 시간 동안은 글만 써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들.


종합적으로 보면 책의 제목인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그저 책 제목에 불과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커다란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취향 문제라는 것. 취향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실제로도 내 가까운 지인은 이 책을 아주 재미나게 읽었다고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와 도스토옙스키의 가치관을 한 소설에 담아내는 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목표라고 할 만큼 무라카미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신뢰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이렇게 말하니 언젠가 챈들러의 소설을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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