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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악몽을 파는 가게' 스티븐 킹왕짱!

부엉개 2019. 1. 5. 10:32

우리 누나는 오래 전부터 스티븐 킹을 좋아했다. 나는 소설에 빠져든지 4년 만에 그렇게 되었다. 지금. 


그전에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유혹하는 글쓰기)을 읽고, 나는 그를 조금은 허풍쟁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면에는 질투심이 있었다. 남자는 언제나 남자를 질투하니까. 나이가 많든 적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본다. 내 오랜 습관. 뭔가 그럴 듯한 말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냥 재미있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천재다.






악몽을 파는 가게' 가 더욱 특별했던 점은 단편 소설 앞머리마다 적힌 서문 때문이었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도 그렇고, 그게 아니라도 흥미롭긴 매한가지. 그렇지만 소설을 쓰는 습작생의 처지로는 환호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편마다 서문을 적어 놓은 책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소설의 속사정을 쿨하게 얘기하는 작가라니!


자동차가 우걱우걱 사람을 씹어 먹는 얘기가 나왔을 때는 '악몽을 파는 가게'라는 제목답게 단순히 공포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 공포라는 하나의 단어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지도 않은 생각이지만, 사람에게는 개개의 공포가 있다. 하나의 단어를 열 명의 사람은 열 가지로 이해한다. 비슷할지언정 다 다르게.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된다거나, 멍하니 생각에 빠져든다. 익숙한 패턴이다.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 내가 하는 행동.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소설도 있었는데, 스티븐 킹이 말하려고 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된다. 그런데 다시 읽어도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다음 소설을 빨리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소설가로는 끝판왕 수준인 스티븐 킹. 명성에 걸맞지 않게 대단히 유동적인 사람. 그 정도 명성을 쌓았으면 사람이 권위적이거나 꼰대가 될 법도 한데, 꽂혀서 다른 작가의 책을 열심히 읽으면 그 작가의 문체를 얼마간 닮는다는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한다. 나한테는 쇼킹한 일이었다. 적어도 작가라면 문체, 스타일에 관해서는 똥고집이나 자존심 따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티븐 킹은 열린 마인드다. 오히려 나이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내가 더 꼰대다.


문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에 실린 '도덕성'이라는 단편에서 *앨리스 먼로의 체취가 느껴졌다. 반가운 동시에 당혹스러웠다. 왜냐하면 체취는 느껴질지언정 그것은 스티븐 킹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소설 습작을 할 때,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톨스토이 소설이나 헤밍웨이 소설을 읽었었다. 그러면 내 문장에는 그런 흔적이 남는다. 아니, 그런 흔적만 남아 구리다. 그런데 스티븐 킹의 소설은 앨리스 먼로의 향기도 담은 스티븐 킹이라는 꽃이다. 놀랍다. 


* 앨리스 먼로- 캐나다에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여류 작가






세상에는 유쾌한 유머 감각을 가진 진중한 사람과 그저 가볍기만한 사람이 있는데, 스티븐 킹은 당연히 전자였다. 그런 사실을 나만 몰랐다. 그저 그의 소설을 읽기만 하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는 거였는데.


농익은 유머 감각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처음 읽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나는 아쉽게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그때는 그저 가볍기만 한 사람이라고 치부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악몽을 파는 가게'는 총 두 권이다. 한 권 더 남았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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