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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 때문에 조지오웰이 쓴 1984를 다시금 펼쳤다. 막상 꺼내고 보니 요즘 읽던 책들보다 훨씬 두꺼웠다. 처음에는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다는 기쁨 때문에 잘 몰랐는데, 소설의 전개가 더뎠다. 그래서 지루했다. 절반까지 읽는 데만 며칠이 걸릴 정도로. 그렇지만 그 뒤로는 술술 잘 읽혔다. 고작 일이 년 사이에 다시 읽는 건데 흥미로운 대목이 달랐고, 그전보다 전체적인 그림이 좀 더 뚜렷했다. 1949년에 출간된 는 당시에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 글이 20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 신기했다. 소설 속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로 삼국 통일된 상태다. 주 무대는 오세아니아. 소설은 모든 권력구조가 세 단계라고 말한다.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다...
을 두 번째 읽었는데, 이 단편 소설은 내게는 조금 어려웠다.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쌩쌩하다가도 이 책만 들면 졸음이 밀려왔다. 요즘은 그래도 이책 저책 널뛰지 않고 한 권을 쭉 읽는 편인데도 그랬다. 별로 두텁진 않은 책으로 열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길이도 가지각색. 에 들어 있는 단편이 모두 다 졸린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에 비해 그랬다는 얘기다. 소설 속 짧고 긴 이야기들이 두루 말하고 있는 게 있다. 하나는 더블린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라는 것, 두 번째는 어떤 결말이 있다기보단 계속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단편 소설이 그렇다. 삶의 한 조각을 꺼내어 보여주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은 훌륭했다. 밋밋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
정치 이야기를 다루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글쓴이 강원국이 손님으로 나와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책 제목은 . 글쓴이의 인상과 재미있는 말투 때문에 아, 저 책 사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놀랍게도 누나가 쓰는 책상 위에 대통령의 글쓰기가 놓여있었다. 알고 보니 누나도 그 방송을 들으며 그 책을 샀단다. 는 8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으며 강원국이 느낀 것을 수필처럼 적은 책이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과 차별점을 들기도 하고, 대통령이 직접 전한 내용과 그들의 가치관 이야기도 들려준다. 지난 대통령 연설문 일부도 소개한다. 소설로 따지면, 관찰자의 눈으로 주인공을 빈틈없이 살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글쓴이의 생각 보다는 두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 책을 펴서 얼마쯤 보다가 덮어 버린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자만심 때문에 그랬다. 한 길만 고집하는 이오덕 선생님이 못마땅했던 것도 같다. 혼나는 마음으로 요 며칠,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 외국 소설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외국 소설만이 내게 잘 맞고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집어 든 이오덕 선생님의 는 내가 앞서 펼쳐 보았던 때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이오덕 선생님은 나를 혼내지만, 지금은 그 가르침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었다. 내가 지금껏 써 온 글이 이오덕 선생님 말로 따지면 글 공해였다. 꾸미는 글, 중국 글, 외국 번역체가 섞인 글을 쓰며, 아무렇지 않게 우리 한글을 가볍게 여긴 것이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나도 모르게 문장을 잘못 쓴 것을 깨달..
그냥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 나는, 이번에도 완전히 속았다. 를 재미나게 읽다가 주인공인 왼손잡이가 허무하게 죽는 것을 보고, 설마... 설마... 하다 보니 소설이 끝나버렸다. 그 허무함이란! 이 소설은 여행 중에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 . 이렇게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설마다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다. 봉인된 천사가 가장 길다. 100 년도 더 된 소설인데도 잘 읽히는 것을 보면, 과연 고전이라고 불릴 만했다. 개인적으로 가 가장 재미있었다. 이야기 속 이야기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들려준다. 중간중간 제임스 조이스의 과 함께 읽었는데, 더블린 사람들은 나를 졸리게 했고, 왼손잡이는 잠을 깨워 주었다. 그렇다고 더블린 사람들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
가볍게 보면 가벼울 수 있고, 파고들자면 복잡한 소설이었다. 구성에서는 전에 읽어 본 소설들과는 판이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문서를 주고받는 형식이 조금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각각 다른 장소와 인물 간의 대화가 한 단락씩 차례로 나열되며 상징성을 부여하는 특이한 구성도 보였다. 간결한 문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난잡하다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잘 읽히는 건 좋았다. 독자의 처지에서 볼 때, 소설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나는 인생이든 소설이든 재미있고 단순한 것이 좋다. 단순한 문제 둘이 만나면 그것도 단순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이 큰 재미로 드러난다. 군대, 그리고 군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한 남자. ..
즐거웠다가도 한순간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 반대로 숨도 못 쉴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빛이 내리쬐는 것도 인생이다. 감성에 젖어 오글거리는 말을 늘어놓을 시간이 지난 새벽 여섯 시. 그런데도 자꾸만 싫증 나는 문장만 머릿속에 맴돈다. 그녀의 마지막 역작인 를 방금 다 읽었다. 일주일쯤, 그쯤 걸렸다.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제발 그랬으면. 서른이 넘은 나를 기꺼이 문학의 세계로 초대한 서머싯 몸의 에 이어 단편의 거장 앨리스 먼로는 나의 인생으로 나를 초대했다. 그녀의 책을 읽는 도중 새 삶을 사는 기분도 드문드문 느꼈다. 책의 중간 어디쯤을 읽을 때는 그녀가 죽기 전, 혹은 내가 죽기 전에 그녀를 찾아가 볼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요즘 내 인생은 고단하다. 서..
소설을 읽으며 찔금 눈물이 흘렀다. 연을 쫓는 아이를 읽으며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부자간의 애증,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 삶과 죽음, 종교, 우정, 죄. 이런식으로 나열하다보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지금은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가슴은 소설이 준 수많은 울림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울림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아름다운 부스럼이 살아가는데 좋은 거름이 되면 좋겠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쩌면 어긋나는 것이 순리라 여겨질만큼 복잡하다. 내가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까지는 30년이라는 세월이 넘게 걸렸다. 그조차도 일부분일 뿐이다. 어릴 때는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고 다른 가정의 부자지간을 부러워했던 적이 많았다. 나는 항상 불만이 많은 아이였다. 아버지의 폭력성 때문..
같은 책을 두 번 씩 읽으면 가끔 내가 뭐하고 앉아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다른 책 보다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 책이다. 우선 책이 너무 두텁다. 문장도 어렵다. 나는 가볍게 과거를 회상하며 대충 책을 훑을 생각이었지만, 도무지 그게 잘 안 되어 책을 정독했다. 삼일 쯤 틈틈히 책을 붙들고 있었다. 책 제목에 그리스라는 글자가 들어가서인지, 크레타 해변의 하얀 건물과 드문드문 파랑이 섞인 지붕도 생각났다. 언젠가 꼭 그곳에 가보고 싶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주인공인 조르바와 그를 관찰하는 책벌레인 저자가 나온다. 조르바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것이 뭐가 됐든 싸지르고 보는 사내이고, 책벌레 저자는 사상으로 살아가는 백면서생이다. 책벌레는 자신의 삶 일부분에 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강건한 문체 역시 유명하다. 이런 사실들은 그의 책 노인과 바다를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노인과 바다는 소싯적에도 읽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나이를 먹고 다시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에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들어오는 걸 보면 나도 이제 고지식한 어른이 되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바다는 달과 6펜스 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읽진 못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최고의 작가가 쓴, 여러 수식어들을 떠올리며, 내 안에서 재구성 된 책이다. 이미 색안경을 낀 사람은 자신이 색안경을 낀 줄도 모른다. 그전에 읽었던 노인과 바다를 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