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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디어 라이프: 앨리스 먼로, Alice Munro: Dear Life

부엉개 2016. 12. 5. 06:51

즐거웠다가도 한순간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 반대로 숨도 못 쉴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빛이 내리쬐는 것도 인생이다. 감성에 젖어 오글거리는 말을 늘어놓을 시간이 지난 새벽 여섯 시. 그런데도 자꾸만 싫증 나는 문장만 머릿속에 맴돈다. 그녀의 마지막 역작인 <디어 라이프>를 방금 다 읽었다. 일주일쯤, 그쯤 걸렸다.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제발 그랬으면.






서른이 넘은 나를 기꺼이 문학의 세계로 초대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 이어 단편의 거장 앨리스 먼로는 나의 인생으로 나를 초대했다. 그녀의 책을 읽는 도중 새 삶을 사는 기분도 드문드문 느꼈다. 책의 중간 어디쯤을 읽을 때는 그녀가 죽기 전, 혹은 내가 죽기 전에 그녀를 찾아가 볼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요즘 내 인생은 고단하다. 서른이 넘었다고 해서 다들 견디기 힘들만큼의 고단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견디기 힘든 무게의 고단함이 소리 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것이 바로 죽기 직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나는 수시로 무너질 뻔 한다. 그럴 때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느끼거나 문장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한다. <디어 라이프>에는 그런 감정과 문장이 여럿 있었다. 그 두근거림, 다독거림, 희망.


당연히 <디어 라이프>를 다시 읽겠지만, 행여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해도 책 속의 내용은 내 안에 슬며시 숨어들어 위기의 순간에 그 빛을 발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을, 평범한 사람의 조용한 일상을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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