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로그

왼손잡이: 니콜라이 레스코프, Nikolai Semyonovich Leskov: Left hander 본문

문화·연예/책

왼손잡이: 니콜라이 레스코프, Nikolai Semyonovich Leskov: Left hander

부엉개 2016. 12. 14. 00:38

 그냥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 나는, 이번에도 완전히 속았다. <왼손잡이>를 재미나게 읽다가 주인공인 왼손잡이가 허무하게 죽는 것을 보고, 설마... 설마... 하다 보니 소설이 끝나버렸다. 그 허무함이란!






  이 소설은 여행 중에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왼손잡이>, <분장예술가>, <봉인된 천사>. 이렇게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설마다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다. 봉인된 천사가 가장 길다.


  100 년도 더 된 소설인데도 잘 읽히는 것을 보면, 과연 고전이라고 불릴 만했다. 개인적으로 <분장예술가>가 가장 재미있었다. 이야기 속 이야기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들려준다. 중간중간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함께 읽었는데, 더블린 사람들은 나를 졸리게 했고, 왼손잡이는 잠을 깨워 주었다. 그렇다고 더블린 사람들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니콜라이 레스코프 님의 소설은 흡인력이 있었다. 취향 나름이겠지만.


  종교적인 부분이 강조되어 지루한 감도 있었다. 정교도, 구교도. 뭐 이런 얘기가 자주 오가는데, 무지렁이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 그냥 읽었다. 해설을 읽고 리뷰를 쓸까, 그냥 쓸까 하다가 이번에는 리뷰를 먼저 쓰고 해설을 보려고 해설을 읽지 않았다. 해설까지 다 읽고 리뷰를 쓰게 되면, 확실히 내 생각보다 해설에 치우친 리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해설을 읽어야 유식한 척을 잘할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부류의 소설은 아니었다. 단지 요즘 소설을 읽으면 자꾸만 잡생각이 끼어들었는데, 왼손잡이는 그렇지가 않았다. 소설에 비추어 내 생활을 돌아보거나,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이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쭉쭉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마냥, 소설만 집중해서 읽었다. 지금도 줄거리를 적어내라면 적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주로 힘이 없는 서민들의 이야기로 그들은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바르고, 개죽음을 당해도 발랐다. 바르다는 것의 잣대는 모두 다르겠지만, 평소 내가 갈구하는 어떤 믿음이 그들에게는 있어서 인내를 주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독교에 관한 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과 하나님이 미운 것은 아니지만, 신을 떠받들며 유세를 떠는 작자들이 싫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그런데 요즘 소설을 읽다 보면 자꾸만 신의 존재가 희미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인 걸까. 왼손잡이를 읽으면서도 어느 정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성령 충만'한 느낌?


  왼손잡이를 읽으며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신의 존재를 믿고, 찬양하는 사람이라 느껴졌다.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읽어보면 톨스토이도 그렇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단편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인 느낌이라고 한다면, 레스코프의 왼손잡이는 쓰다 보니 그렇게 된 느낌이었다. 저 둘이 명확하게 뭐가 다른지는 설명 못 하겠다. 그저 단순히 니콜라이 레스코프가 전도를 더 잘할 것처럼 보인다.


  이번 일요일에는 나도 교회에 한 번 가볼까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