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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Wonguk Kang: President's Writing

부엉개 2016. 12. 19. 21:17

 정치 이야기를 다루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글쓴이 강원국이 손님으로 나와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책 제목은 <대통령의 글쓰기>. 글쓴이의 인상과 재미있는 말투 때문에 아, 저 책 사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놀랍게도 누나가 쓰는 책상 위에 대통령의 글쓰기가 놓여있었다. 알고 보니 누나도 그 방송을 들으며 그 책을 샀단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8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으며 강원국이 느낀 것을 수필처럼 적은 책이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과 차별점을 들기도 하고, 대통령이 직접 전한 내용과 그들의 가치관 이야기도 들려준다. 지난 대통령 연설문 일부도 소개한다. 소설로 따지면, 관찰자의 눈으로 주인공을 빈틈없이 살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글쓴이의 생각 보다는 두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글쓴이의 생각과 일상은 양념 정도로 적혀있다.


  정작 글쓰기에 관해서는 기본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읽은 사람이라면 지겹도록 보았을지도 모르는 그것은 중등 국어수업 때도 들었을 만한 이야기다. 가령 '쉽고 친근하게', '짧고 간결하게'처럼. 다행히 그런 지루한 이야기는 짧게 짧게 나온다. 사실 글쓰기는 기본이 전부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으리. 소설가, 철학자, 공직자가 했던 말을 인용한 것도 많다. 짤막한 인용이 너무 많아 산만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도 오랜 시간 글을 써 온 사람이라 그런지 잘 읽히게 썼다.


  앞서 이오덕 선생 책 <우리 문장 쓰기>를 읽은 탓인지 무분별한 한자 말 사용이 눈에 거슬렸다. 지식인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한자어를 남발한다. 머릿속으로 한자어를 어떤 우리말로 쓰면 좋을지 생각해보며 읽었다. 이오덕 선생 말처럼 더 쉬운 말로 썼다면 더 어린 독자도 사로잡지 않았을까. 그런데 '입장'이라는 단어처럼 애매한 경우도 많다. '입장'도 일본 말이다. 예컨대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말하면 적당해 보이지만, 대통령의 형편이나 처지라고 말하면 조금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이런 건 어떡하나. 사람들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은 단어의 인상을 일일이 고칠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야기가 조금 샜다. 책에서 크게 공감한 대목이 하나 있다. 글쓰기가 진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게 진짜가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에 '저건 절대로 아니다'할 것도 '아닌 것도 같다'처럼 어정쩡하게 얼버무리고 만다. 내가 그랬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이게 점점 더 소심해져 나중에는 아닌 일도 아니라고 말 못하게 되더라. 지금은 아닌 일은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하려 노력한다.






  요즘 나라 사정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 사실 정치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도 이 책을 읽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웠다. 글쓴이도 정말로 그래 보였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시간이 정말로 행복했다더라. 이 책은 두 대통령을 기리는 책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를, 자유를 목놓아 외친 분들 덕인데, 너무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며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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