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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장 쓰기: 이오덕, Odeok Lee: Writing our sentence

부엉개 2016. 12. 17. 13:54

  이 책을 펴서 얼마쯤 보다가 덮어 버린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자만심 때문에 그랬다. 한 길만 고집하는 이오덕 선생님이 못마땅했던 것도 같다. 혼나는 마음으로 요 며칠,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 외국 소설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외국 소설만이 내게 잘 맞고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집어 든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문장 쓰기>는 내가 앞서 펼쳐 보았던 때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이오덕 선생님은 나를 혼내지만, 지금은 그 가르침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었다.






  내가 지금껏 써 온 글이 이오덕 선생님 말로 따지면 글 공해였다. 꾸미는 글, 중국 글, 외국 번역체가 섞인 글을 쓰며, 아무렇지 않게 우리 한글을 가볍게 여긴 것이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나도 모르게 문장을 잘못 쓴 것을 깨달았다. 즐겁게 읽은 외국 소설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잘못의 시작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아버지가 억지로 일기 쓰기를 시켰다. 그래서 초등학교 6년 내내 일기를 썼다. 때로는 일기가 며칠 밀려서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지어내야 했고, 하루씩 건너뛰는 일도 잦았다. 그저 아버지의 눈만 속이면 되는 것이어서.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버지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아주 잃어버렸다. IMF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부도나고 그가 어디론가 떠났을 때 자유를 되찾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글쓰기 인생이 아예 끝난 줄 알았다.


  이오덕 선생님이 말하길, 글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고, 거짓을 말하지 않아야 독자에게 우러나는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때 <우리 문장 쓰기>를 왜 덮었는지, 똑똑히 기억났다. 그때 나는 거짓말로 글을 지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머릿속으로 그린 것을 적당히 버무려서 화려한 문장으로 적어낼 수 있다고. 그 결과, 어떻게 하면 더 세련돼 보일까, 재미있어 보일까, 이따위 것에만 신경 썼다. 이제사 하는 생각이지만, 그런 일은 읽는 사람에게 깊고 진한 감동을 줄 수 없다.






  <우리 문장 쓰기>에는 앞서 말한 이야기 말고도 여러 이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를테면 글쓰기의 갈래마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하는 얘기들이다. 서사문, 감상문, 설명문, 논문, 보고문, 편지, 일기, 시까지. 이쯤 하면 어린아이가 읽어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새 공책에 책을 읽으며 중요한 대목을 적어 두었다. 글을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앞으로 새 글을 쓸 때는 꼭 이 공책을 끼고 써야겠다. 처음 쓰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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