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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The old man and the sea, Ernest Miller Hemingway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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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The old man and the sea, Ernest Miller Hemingway

부엉개 2016. 11. 20. 00:18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강건한 문체 역시 유명하다. 이런 사실들은 그의 책 노인과 바다를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노인과 바다는 소싯적에도 읽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나이를 먹고 다시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에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들어오는 걸 보면 나도 이제 고지식한 어른이 되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바다는 달과 6펜스 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읽진 못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최고의 작가가 쓴, 여러 수식어들을 떠올리며, 내 안에서 재구성 된 책이다. 이미 색안경을 낀 사람은 자신이 색안경을 낀 줄도 모른다. 그전에 읽었던 노인과 바다를 이년 여 만에 다시 읽으며 내가 참 재미없게 소설을 읽었었구나 생각했다.


소설에서 노인은 작가 그 자신이며 모든 인간을 대변한다. 그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강한 사내다. 세월의 풍파에도 그의 강인한 목과 어깨는 아직 단단하다. 팔십 팔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그지만, 또 다시 바다로 나간다. 노인에게 바다는 친구이자 어머니, 때로는 가장 큰 두려움이기도 하다. 노련한 어부인 그에게 또 한 번의 싸움이 찾아 온다.


자신의 몸 보다 몇 배나 큰 그 물고기와의 사투에서 그는 몇 번이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지만, 절대로 포기하려는 마음은 갖지 않는다. 때로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쓰러질 뻔 하기도 하지만, 그 싸움에서 파괴될 지언정 패배하려고 하진 않는다. 바다, 그리고 한 어부. 얼핏 보면 이것은 아주 고독한 싸움이다. 그렇지만 노인이 실제로 겪은 것은 단순한 싸움 뿐만이 아니었다. 노인의 사투. 그것은 우리가 매일 신에게 부여 받는 하루와 비슷하다. 우리는 우리의 싸움을 자주 포기한다.


우리가 쉽게 두 손을 드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싸움이라서라기 보다 우리가,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실재 보다 더 큰 허상 때문이다. 노인 역시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으로서 고독을 느끼고, 큰 바다, 자연의 채찍질에 아파한다. 그것은 여러 가지 고난을 겪을 때마다 소년의 빈 자리를 안타까워 하는 것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의 안타까움은 자신의 싸움을 포기하기 위함이 아닌,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쉼터 같은 역할 일 뿐이다. 마침내 그들의 싸움이 끝났을 때, 남은 것은 아픔 뿐이었다. 노인은 몸과 마음이 아팠고, 청새치는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싸움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인가.






며칠 간 이어진 노인과 청새치의 싸움에서 둘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노인은 청새치를 사랑했다. 이것은 곧 노인이 세상을 사랑하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그렇다는 것을 알게 했다. 소설가가 되려면 세상을 사랑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 바로 그의 소설이다. 그의 신랄한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을 감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다.


영혼이 있는 모든 존재는 필요에 의해서 그곳에 존재한다. 그것을 사랑할 지 말지는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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