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로그
알고 보니 김영하 산문집 3종 세트에는 순서가 있었다. ‘보다-읽다-말하다’ 나는 ‘읽다’를 먼저 읽고 그다음 ‘보다’를 읽었다. ‘읽다’가 주로 고전 얘기라면, ‘보다’는 영화와 드라마가 반찬이다. 역사적 사건을 들추거나 경험을 슬쩍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건 후식. 역시 이 책도 김영하 작가의 독자적인 시선이 돋보인다. 재미있게 술술 읽긴 했는데, 책을 덮고 딱히 기억나는 건 없었다.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을 확인하는 차원의 독서였달까. 작가와는 띠동갑 넘게 나이차가 나는데도 겹치는 영화, 드라마가 많아 신기했다. 지금이야 나도 웬만큼은 나이를 먹은 터라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작가가 들먹이는 대부분의 작품이 내게는 피 끓을 나이에 본 것들이었다. 주인공의 거친 말투와 옷차림, 섹..
맨머리로 나다니는 것보다 머리에 뭘 얹고 다니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부터는 야구 모자를 가장 자주 쓴다. 이런저런 야구 모자를 스무 개쯤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구매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지 볼캡 중에는 스나웃 제품에 손이 제일 많이 간다. 아래는 58호, 60호 비교샷. 스나웃-SNOUT 볼캡
유혹하는 글쓰기가 스티븐 킹의 책으로는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사실 '뭐 이런 허풍쟁이가 다 있지?' 하는 생각을 했다. 재미는 있었다. 나도 소설을 끄적거리는 처지에서 보면 황당무계한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사람 같았다. 형편없는 작가는 괜찮은 작가가 될 수 없고, 괜찮은 작가는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없다니. 그래도 재미는 있으니 끝까지 다 읽긴 했다. 이것이 처음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독후감을 간추린 내용이다. 처음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을 당시에는 이따금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이 책이 내 글쓰기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은 내 독서 습관이 문제였던 것이다. 우연히 취향에 잘 맞는 한 권의 소설을 만나고, 몇 권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꽤 오랜 시간 의무적인 독서가 나를 따라다니며 괴..
오프닝부터 남달랐던 드라마,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던가. 오락 요소, 판타지, 인간 내면의 성찰까지. 중반부가 지나면서 늘어지는 부분이 곳곳에 드러났지만, 장점으로 무마할 수 있는 정도였다. 요즘은 여배우의 미모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캐릭터에 매료되어 드라마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알함브라의 유진우(현빈) 역시 끝내주는 캐릭터였다. 소설 수업 중 기본적인 서사 구조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는데, 문득 그게 떠올랐다. 주인공이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주인공을 왕자라고 정하고 왕자에게는 성이라는 목적지를 설정한다. 왕자에게는 처음에는 미처 몰랐던 장애물이 하나둘 나타나고, 장애물은 차츰 더 난해해진다. 왕자는 불굴의 의지로 마지막 장애물까지 헤쳐 나간다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여자 가방 같아서 그동안 꺼렸던 에코백. 막상 구매하니 좋다. 여기저기 잘 어울린다. 요즘 들어 쓸데없는 선입견이 많은 내 자신을 자주 발견한다. 꼰대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다닌 꼴이라 생각하면 귀가 뜨겁다. 애초에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가방이 에코백이었는데, 그 사실을 나만 몰랐다. 에코백은 책 몇 권, 노트 따위를 넣고 다니기에 딱 적당한 가방이다. 주로 들고 다니던 브리프케이스보다 훨 낫다. 보통 캐주얼을 하고 다니는데, 컬러만 적당히 맞추면 어떤 옷차림에도 무난. 그래서 블랙, 아이보리 둘 다 샀다. 가격도 1만원 선으로 부담없다.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에코백
김영하 작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스토커 같은데.. 한 작가의 책을 두 권 이상 읽는 것은 호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혹은 의심이거나. 책을 덮은 지금, 여전히 김영하라는 사람에게 가졌던 호감과 의심이 줄다리기 하고 있다. 읽다-보다-말하다 세트 중 읽다, 보다는 아는 동생에게, 말하다는 누나에게 빌렸다. 보통 1-2-3처럼 순서가 정해진 책은 순서대로 읽겠지만, 김영하의 산문집처럼 개개의 이야기인 경우에는 내 멋대로 순서를 정한다. 아는 동생에게 빌린 책을 먼저 반납하고 싶은 마음에 읽다와 보다를 먼저 읽기로 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이후 곧장 '읽다'로 미끄러져 들어왔는데, 책을 덮고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은근히 느껴지던 불편한 감정의 출처를 드..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은 뒷맛이 쓴 음식과도 같은 책이었다. 나는 책을 덮었을 때 충만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 좋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한편, 뒤끝이 쓴 소설이 대한민국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집의 처음 두 편인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를 읽고서 몇 달, 책을 덮어 두었다. 최근 들어 다시금 오직 두 사람을 펼쳐 단숨에 읽었다. 소설을 읽고서 문득 김영하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서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 머릿속에 김영하라는 사람은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글쓰기 책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고는 내가 가졌던 생각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그러고서 그의 소설집 오직..
슬랙스는 내게 내놓은 자식 같은 옷이다. 포기는 못하겠고, 눈앞에 있으면 괴로운. 자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소통을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다. 마치 "아빠는 죽어도 내 마음을 몰라요!" 외치는 것만 같다. 이번에 구매한 배기 슬랙스로 마침내, 자식과 소통하기 시작한 아비의 마음을 느꼈다. 무신사 스탠다드 배기 슬랙스
극작품에 호감을 느끼는 데까지 책 다섯 권 분량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은 내가 읽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이 그렇게 두껍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민음사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해설을 살펴보면 있음과 없음, 비워내기, 이분법적 사고, 극적 공과 같이 난해한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을 일일이 설명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나름 이해는 가도, 설명하려고 하면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일 게 불보듯 뻔하다. 나름의 이해와 보편적인 이해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내 수준을 고려한 눈높이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극작품, 리어 왕에 관한 썰을 풀도록 하겠다. 내게 극작품이란?리어 왕 전까지는 '필독 도서.' '어려운 책.' '지루해. '졸려.' 등이었는데, 리어 왕부터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