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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김영하 산문_읽다 read 讀, 복잡하게 나쁜 우리들

부엉개 2019. 1. 30. 20:44

김영하 작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스토커 같은데.. 한 작가의 책을 두 권 이상 읽는 것은 호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혹은 의심이거나. 책을 덮은 지금, 여전히 김영하라는 사람에게 가졌던 호감과 의심이 줄다리기 하고 있다. 






읽다-보다-말하다 세트 중 읽다, 보다는 아는 동생에게, 말하다는 누나에게 빌렸다. 보통 1-2-3처럼 순서가 정해진 책은 순서대로 읽겠지만, 김영하의 산문집처럼 개개의 이야기인 경우에는 내 멋대로 순서를 정한다. 아는 동생에게 빌린 책을 먼저 반납하고 싶은 마음에 읽다와 보다를 먼저 읽기로 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이후 곧장 '읽다'로 미끄러져 들어왔는데, 책을 덮고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은근히 느껴지던 불편한 감정의 출처를 드디어 찾아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의심의 눈초리 때문이겠거니, 무심결에 넘겼는데 그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은 어떤 말이나 문장을 쓸 때, 자신이 좋아하거나 즐겨 쓰는 단어를 고른다. 무의식 중에 그렇게 될 때도 있고, 의식적으로 고를 때도 있다.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은 의식적인 단어 선택을 자주 하게 되는데, 김영하가 고르는 단어들이 내게 불편했던 것이었다. 너무 똑똑해서. 그런 생각을 하며 문득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인 '유혹하는 글쓰기'를 펼쳤다. 그냥 아무 데나 펼쳤다. 매끄럽게 읽힌다. 그저 즐겁다. 이런 불편한 감정에 대한 탐구는 영 쓸모없다고 느껴진다. 동시에 나는 왜 이런 인간일까, 자책도 한다.






여기서부터는 '읽다'가 좋았던 점이다. 고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렇게 조리있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솔직히 감탄했다. 이야기의 우주에서 바통을 터치 받아 글을 쓰고는 다시 그곳으로 이야기를 돌려보낸다는 내용 역시 신선했다. 소설과 소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용을 통해 조근조근 설명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김영하 작가의 서문이나 후기는 언제나 멋지다. 아직도 기억난다. "빗나간 화살들이 마침내 명중한 자리."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고, 어딘가에 작가가 달아 놓은 글이다. 정말 다재다능한 작가라고 재차 생각하게 만든 산문, 읽다.


우리는 우리를 복잡하게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은 단순한 나쁜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이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말, 정말이지 공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말이 통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냉동고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상대방을 밀어 넣곤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냉동인간들은 우리 머릿속에서 언제고 당시의 이미지만을 간직하고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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