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로그
프랑스 드라마는 처음이다. 넷플릭스를 애용하다 보니 오프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 드라마들은 오프닝을 상당히 신경써서 만든다. 배우 얼굴만 줄줄이 보여 주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문화 차이일 수도 있고. 어쨌든 '파리에선 사랑을'의 오프닝은 단순한 편이었다. 사람은 동등하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사랑도 그렇다. 뭐, 이론은 그럴 듯하다. 모두 삶을 살아 보아 알겠지만, 이론과 실재는 몹시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연애 상대가 매춘부라고 하면, 덮어놓고 "안돼!"라고 말할 것 같은데.. 여자 삼인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시청에서 근무하는데,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순진한 여자. 나이는 서른. 그녀의 실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과 두 친구의 캐릭터는 확실하다. ..
넷플릭스에서 하는 퍼니셔를 보고는 마블 시리즈에 꽂혔다. 여운을 이어가고 싶어 다른 마블 시리즈가 없나 찾다가 그나마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제시카 존스를 재생했다. 중간에 껐다. 밥 먹을 때 볼 재미있는 드라마가 필요해! 별나도 괜찮아'는 이미 시즌1을 봤었다. 삶이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퍼니셔와 다를 게 없는 전투적인 드라마다. 실제로 총알이 날아다니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만의 시선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한편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될 것 같다. 평범하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닿을 수 없는 우월함이 되기도 한다. 그걸 본능적으로 알기라도 하듯, 우리는 자신보다 모자라 보이는 사람에게 모질다. 아니, 모질기 짝이 없다. 샘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이 있다. 남극..
춥지만 롱패딩을 입기 꺼려지는 날이 있다. 중요한 미팅이 있거나 단정하게 차려 입어야만 하는 자리가 있을 때. 개인적으로 패딩조끼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누나의 요청으로 패딩조끼를 구매했다. 막상 받아 보니, 품질이 놀라웠다. 유니클로 패딩조끼 절반 가격인데.. 무신사 스탠다드
흰색 운동화로 알았다가 아니어서 충격을 받았는데, 신다 보니 그래도 정이 든 어글리슈즈 아디다스 팔콘. 어글리슈즈의 매력은 굽이 높다, 못생겼다, 쯤 될 텐데 그런 의미로는 아디다스 팔콘이 별로 매력적인 신발은 아니다. 하지만 내 취향에는 잘 맞는다. 안 못생긴 어글리슈즈. 한때 발이 작아 보이는 것이 미의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사이즈보다 발이 커 보이는 어글리슈즈가 유행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그러면서 차츰 진화한다. 일반 러닝화에 가까운 디자인. 내 발 실측이 26cm인데 260mm를 구매했다. 편하게 잘 맞는다. 딱 맞는 정도는 아니고 여유 있다. 하얀색 운동화답게 코디에 제한이 없어서 편하다. 청바지에는 물론 면바지, 슬랙스까지도 무난하게 소화하는 운동화다. 처음에는 너무 여자 운동화 같았는데,..
우리 누나는 오래 전부터 스티븐 킹을 좋아했다. 나는 소설에 빠져든지 4년 만에 그렇게 되었다. 지금. 그전에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유혹하는 글쓰기)을 읽고, 나는 그를 조금은 허풍쟁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면에는 질투심이 있었다. 남자는 언제나 남자를 질투하니까. 나이가 많든 적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본다. 내 오랜 습관. 뭔가 그럴 듯한 말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냥 재미있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천재다. 악몽을 파는 가게' 가 더욱 특별했던 점은 단편 소설 앞머리마다 적힌 서문 때문이었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도 그렇고, 그게 아니라도 흥미롭긴 매한가지. 그렇지만 소설을 쓰는 습작생의 처지로는 환호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편마다 서문을 적어 놓은 책은 여태껏 본 적이..
가장 많이 실패한 옷, 슬랙스. 내 체형과는 정말 정반대 편에 있는 옷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슬랙스를 사려고 둘러보고 있다. 말로는 쉽다. 적당한 핏의 슬랙스를 사면 된다. 정말로 그거면 된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 사고 나면 꼭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 최근 들어 유독 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옷차림은 복합적인 이유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그중 바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크다. 특히 밑단. 바지 밑단은 보여지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내 편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밑단이 신발에 걸리적거린다거나 말려 올라가는 게 너무 싫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슬랙스에도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슬랙스 중 실패한 슬랙스와 그나마 마음에 드는 슬랙스의 핏과 기장을 한 ..
어쩌면 한물 간 칼하트 A18. 디자인만 놓고 보면 고전적인 롱비니 디자인인데, 아무래도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후폭풍으로 지겹다는 인식이 박힌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트러커자켓과 무척 잘 어울리는 털모자다. 칼하트 로고에 노랑이 들어 있어서 누런 트러커자켓과 보다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칼하트의 브랜드 정체성도 노동, 트러커자켓도 노동. 그래서 그런가. 어쨌든 잘 어울리는 한쌍임에는 틀림없다. 겨울에는 후디를 뒤집어 쓰고 다니기도 바빠서 늦가을이나 초봄에 비니를 더 자주 쓰게 된다. 칼하트 비니가 질려서 아예 안 쓰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또 괜찮아 보인다. 트러커자켓 입을 계절이 오면 자주 쓰고 다녀야지.
멜란지마스터의 핑크 스웨트셔츠. 세일하길래 얼른 샀다. 멜란지 마스터-MELANGE MASTER
해병대 특수부대 출신 프랭크 캐슬. 그가 화났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약자가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쓰는 말이지만, 이번에 억울한 쪽은 악당들이다. "그냥 죽어." 원래 살인은 안 되는 거지만, 드라마니까.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는 데어데블과는 대조적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퍼니셔는 나쁜놈이라고 판단하면 다 죽인다. 넷플릭스 마블 시리즈인 '데어데블'에서 퍼니셔가 잠깐 등장하는데, 그때 따로 퍼니셔를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나와서 기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고들 하는데, 퍼니셔라는 캐릭터가 내게는 그랬다. 잡생각이 많아 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는, 그가 가진 터프함과 단순명료함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가족의 몰살, 절..
내가 가진 유일한 와인 컬러 코트. 디자이너인비테이션은 유명 디자이너 몇몇을 초청해서 겨울 코트를 내놓는 프로젝트다. 착한 가격에 디자이너 코트를 만나 볼 수 있는 것. 시즌이 끝날 때 즈음 해서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도 한다. 디자이너인비테이션-DSIGNER INVITATION 홍승완 디자이너의 2017 F/W 코트.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검정까지 두 벌 샀다가 검정은 환불했는데, 후회 중. 무난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이라 지금은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이제는 트렌드보다 취향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별로 유행 따라 옷을 산 적이 없는데도 '트렌드'라는 말이 지겹다. 와인 컬러의 코트라서 자주 입게 되지는 않지만, 가끔 입으면 기분 좋은 옷이다. 무난한 디자인의 옷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무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