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연예/영화 (22)
부엉-로그
영화의 색감이 참 좋았다. 누런 듯, 바랜 색감이었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주인공 말레나(모니카 벨루치)는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고 혼자 지내는 유부녀다. 누구든 마주치면 주문처럼 한 번은 뒤돌아볼 만한 외모를 가진. 작은 마을이지만, 말레나를 향한 폭력은 소리 없이 도사리고 있다. 남자들은 음흉한 상상으로. 여자들은 질투심으로. 숨어있던 폭력은 말레나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과 함께 물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대놓고 그녀에게 치근덕대고, 여자들은 말레나에 관해 떠들기 시작한다. 말레나가 잘생긴 군인 장교를 만났다는 것이 씨앗이 되어 없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그녀가 몸을 판다는 소문까지 난다.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그녀를 매도한다.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데. 말레나를 변호해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다. 에서도 그런 비슷한 얘기를 확인시켜 주었다. 주인공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누구나 싫어할 만한, 꽉 막히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노년 남자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우리가 생각하기에 해서는 안 될 악담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눈에 거슬리는 것도 참지 못한다. 자신이 사는 맨션 복도에 볼일을 본다는 이유로 옆집 개를 쓰레기 구멍에 던져버릴 정도. 멜빈은 소설가다. 로맨스 소설을 쓴다. 그래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렇다는 것은 생각이 깊이가 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 멜빈이 애용하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캐롤(헬렌 헌트)은 까다로운 멜빈의 주문을 받는다. 그녀..
고양이를 원래 싫어했는데 지금은 좋아한다. 영화 때문은 아니고, 조금 오래된 일이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영화를 보았다. 냐옹이가 발정 나면 시끄럽다. 아기 울음 소리 비슷한 소리를 밤새도록 낸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은 밤잠을 설친다. 가끔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도 뜯는다. 어두운 곳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것들이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사는 땅의 주인이 원래는 고양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사람도 주인 맞다. 가장 좋은 것은 누구나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지만,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싫어한다. 나도 먼 과거에는 그랬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고양이를 조금 더 잘 알리고자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영화였다.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꿈을 향해 떠나는 상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영화가 더 흥미로울 것이다. 에 이어 배우 짐 캐리가 영화를 고르는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욕구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자유롭다. 하지만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가족에 매이고, 인간관계에 매인다. 그리고 돈에도. 누가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듯한 불편한 마음. 나는 주인공 트루먼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을 뿌리치고 자유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자유롭다는 마음을 만끽한 것은 한두 달쯤. 그다음은 다시 현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었다. 원래 돈이야 어쨌..
말도 안 되지만 현실적인 영화였다. 기억, 사랑에 관한.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사랑에 빠지면 처음에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사랑스럽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작은 흠이 보이기 시작한다. 티끌만큼 작은 흠이지만 그것은 해충처럼 연인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다. 벌레를 그냥 놓아두면 결국 모든 것을 갉아먹어 버리고 만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정결핍이라 사랑에 빠졌다고 쉽게 믿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한 사랑을 떠나보내고 새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진짜 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낸 것을 후회한다. 그런데 사랑은 이미 기억 저편에 묻혔고, 연인이던 사람도 더는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니다..
주인공 제인 오스틴은 실존했던 소설가다. 평소에 소설에 관심이 많아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소설을 내 멋대로 세 갈래쯤으로 나눠본다. 하나, 글을 쓰고 싶게 하는 소설. 둘, 재미있는 소설. 셋, 재미없는 소설. 제인 오스틴은 재미있는 소설을 쓴 여자다.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그녀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 줄 영화. 영화 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이야기라 더 재미있었다. 오만과 편견은 소설로 먼저 읽고 영화를 본 터라 재미가 덜했다. 에서 제인 오스틴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중간중간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영화에서는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이라는 작품도 읽었는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전부 느낌이 비슷하다. 소녀가 경험한, 혹은..
욕망 앞에서 사람 마음은 흔들리는 촛불 같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도 곧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차례로 다녀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뱃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배우로서 조승우와 이병헌을 아주 좋아한다. 둘이 작품으로 만난 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하면 깡패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그런 영화가 많다. 황정민이 나오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한국영화는 왠지 다 재미있다. 아니면 재미있는 것만 봐서 그런가. 하여간 도 폭력이 섞인 영화다. 정치와 폭력을 다룬 우리나라 영화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게 정도인데, 내부자들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세 시간. 꽤 긴 러닝타임인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이런 게 취향 저격인가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독한 악역이나..
요즘 왜 이렇게 헛다리를 짚는지 모르겠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이나믹하고 시원한 느낌 대신에 먹먹함만 얻었다. 스포일러 조금 주의.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다. 주인공 월터 미티. 그는 16년간 한 잡지사, LIFE에서 사진 인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일상이, 일이 조금 지겹다. 그래서 상상하기 시작한다. 멍때리기. 한 번 넋이 나가기 시작하면 현실 세계가 사라지고 그 안으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상상하는 동안 그의 바깥세계는 그대로 멈춰있다. 조금 부족하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던 그에게 두 가지 머리 아픈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숀 펜이 연기한 이름난 사진작가 션 오코넬. 그가 보낸 25번 사진이 행방불명 된 것. 그리고 LIFE지가 이번 호로 폐간한다는 ..
당신이 지금 삶에 지쳐있다면, 작든 크든 분명히 이 영화가 당신을 위로 할 것이다. 우선 스포일러 조금 주의. 오가며 영화 의 포스터만 보았을 땐 앤 해서웨이가 인턴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 반대였다. 줄거리는 어찌 보면 빤한 줄거리다. 삼십 대에 이미 성공한 쇼핑몰 CEO 줄스. 그녀의 성공에는 남편의 희생이 따랐다. 줄스는 전업 남편 역할을 곧잘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가족과의 시간을 벌기 위해 직업 CEO를 대신 내세울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란 쉽지 않은 일.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진다. 사건의 중심에는 새로 고용된 시니어 인턴 벤이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했다. 젊은 CEO 줄스에게 벤 휘태커..
단순히 오락 영화라고 볼 수도 있는 영화. 그렇지만 인권 영화. 욕으로 시작되어 욕으로 끝나는 영화라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던가. 1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나처럼 2편도 곧 보게 된다. 우선 스포일러 조금 주의. 설정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서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1편을 꼭 보기 바란다. 조금 오래되어 잘 기억나진 않았지만, 2편을 보면서 가물가물 기억이 돌아왔다. 곰이 나보다 더 재미나게 사는 것 같아 괴로운 마음도 조금 들었다. 게다가 결혼까지 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금발의 미녀와 결혼을 한 테드는 여느 사람처럼 권태기에 접어든다. 그들은 권태기를 물리칠 방법으로 아기를 생각해낸다. 둘은 사랑하지만, 육체적인 한계로 아이를 갖지 못하자 인공수정 계획을 감행하지만 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