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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육

독서 습관의 시작은 무엇?

부엉개 2019. 1. 23. 18:45

작심삼일. 독서와 동시에 떠오르는 단어다. 과연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나 역시 책이라면 질색이었다. 책이라면 필요에 의해 읽는 것 말고는 거들떠도 안 봤다. 꼭 필요해서 읽는 책도 고역이긴 마찬가지. 되도록 책을 읽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길 간절히 기원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다. 고전 소설 한 권을 만났고,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지 5년쯤 흘렀다.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내 독서 인생 5년의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침내 내가 찾아낸 비밀. 





책은 재미로 읽어야 한다는 말씀! 혹은 기쁨으로. 허탈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이다.


회사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 한 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아니면 애인과의 데이트? 뭐가 됐든 다 제각각일 텐데, 어쨌거나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책을 읽겠다는 이유가 좀 고상해져 봐야겠다거나,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듣기 위해서라면 시작부터 어려운 고행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뭐, 어떤 계기로나마 마침내 책에 재미를 들이게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싫은 일을 억지로 하다 보면 더 싫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우리가 흔히 경험해 온 일이다. 덤으로 '역시 책은 나와 인연이 아니었군..' 이런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거의 조건 반사적인 일처럼 보인다.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도무지 나가 놀고 싶어서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차라리 나가 노는 것이 좋다. 일단 나가 놀기로 했으면 영혼을 불태우자.





나도 인생 소설 한 권을 만나고부터 바로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5년의 세월 내내 독서가 즐거웠냐, 그것 역시 절대로 아니다. 나는 집착을 교육 받은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라서 무언가를 즐기는 방법을 잘 몰랐다. 뭐가 됐든, 그랬던 것 같다. 하물며 가장 좋아했던 게임조차 그랬으니.


억지로 열심히 하고는 "잘했어!" 혹은 "역시 OOO야!" 와 같은 칭찬을 들으면 우쭐했다. 당장은 우월감에 취해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타인의 칭찬은 공허했다. 칭찬의 주체가 누가 됐든 말이다. 박하게 말해서 그들은 정말로 나를 존중하거나 감탄한 것이 아닌,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던진 것 뿐이다. 말 한마디와 당신의 피나는 노력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타인으로부터 오는 기쁨보다는 내 안에서부터 용솟음치는 기쁨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도 괴리감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인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게 정상이다. 나도 그랬다. 원래 자신이 정말로 기쁨을,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찾는 일은 연구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난제다. 나 역시 최근까지도 지적 허영심 때문에 책을 읽는 면이 컸다. '집착'이라는 한 단어를 누그러뜨리려고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도 여전히 그 언저리를 헤매는 기분이란.





이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할 시간이다. 내가 무얼 재미있어 하는지, 어떤 종류이 책이 재미있는지를 찾는지가 관건이다. 굳이 괴테나 셰익스피어를 들고서 진지한척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이쯤 됐으면 독서가 직업인 사람들, 기획자나 작가 등등은 예외로 친다. 책의 장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뭘 생각했든 그보다 훠어얼~씬 많다. 그냥 무궁무진하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독서편식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독서의 즐거움은 대부분 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아이들은 밥 먹을 때 대부분 편식을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자. 한 작가에 꽂혔다면 그 작가의 책만 주구장창 봐도 좋다. 처음에는 그저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게 시작이 되면 독서가 습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독 도서라는 말은 가히 폭력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취향이 다 제각각인데 무슨 필독 도서. 안 그래도 피곤한데 요즘은 필수로 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내 경험으로는 책이 친구가 되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책보다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책과 사귀는 것이 다음 생이 되는 경우도 몹시 드물게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시기가 되면 지독한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경험하게 된다.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이 안 되는 벽이 나타나는 것이다. 책을 절실히 원하게 된 그 시기가 곧 책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행여 책을 읽고 싶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이 글을 만나게 된 사람에게는 이런 사소한 포스팅 하나가 결정적 계기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은 서점 사이트에서 책을 검색하면 미리보기 기능이 제공된다. 눈을 확 잡아끈다고 해서 겉표지만 보고 사지 말고, 되도록 제공된 미리보기와 리뷰도 읽어 보는 편이 좋다. 도서관이나 지인에게 책을 빌리는 것도 좋다. 지인에게 책을 빌리면 덤으로 짤막한 독후감도 들려 준다. 블로그 리뷰도 좋다. 일단 진심으로 책을 읽겠다 마음 먹었다면, 그 다음은 너무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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