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로그
나를 발견하는 지도 블로그, 운영과 주제 정하기 본문
내 자신을 잘 안다고 자신하십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 기질 탓에 우쭐해서는 뭐가 됐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았어요. 몇 년 전까지는요.
기억에 남는 하상욱 시인의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꼰대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의심을 찾으려 하기 마련이죠.
본론으로.
블로그 주제에 관한 글이지만, 좀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내 얘기를 좀 들려 드릴게요.
이야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옷장사를 시작한지 1년쯤 되던 때였습니다. 좀처럼 매출이 오르지 않아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소한 매체여서 처음에는 좀 헤맸지만, 금세 적응했습니다. 정말이지 신세계였습니다. 블로그로 너무 손쉽게 매출이 오르는 걸 보고, 또 상위 노출이 되는 것을 보고는 더 그렇게 느꼈어요. 나중에는 매일 동대문 도매 시장에 나가는 것보다는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 장사를 접기에 이르렀습니다.
그후.. 정말 바쁘게(제멋대로) 살았어요. 밤새 게임을 하며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고, 영화를 실컷 보며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상품을 링크해서 클릭이 일어나면 돈을 주는 종류의 패션 블로그도 운영해 봤습니다. 실시간 이슈를 다루는 블로그? 당연히 해 봤습니다. 하루에 10만 명이 넘게 오는 걸 보고 가슴이 벌렁벌렁했지요. 그런데 10만명 방문에 애드센스 수익은 고작 8달러였습니다. 그러고는 저품질 블로그로 내동댕이.
어떻게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애드센스 수익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정말로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도달한 나름의 결론은 일단 글을 잘 써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 떠오른 대책은 독서였습니다. 억지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많이많이 읽었어요. 그러다 인생소설 한 권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부터 블로그는 뒷전이고 소설 습작으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벌써 3년 전 일이네요. 그러는 동안 몇몇 블로그를 열었다 닫았고, 다시금 삶이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어떤 일이든 시작은 쉽지만 오래 버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어요. 해서 지금은, 소설 만큼은 취미로라도 괜찮으니 평생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지금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내 지난 흔적들이 창피해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지우길 여러 번 반복했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그게 전부 스스로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니까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의 흔적 말이죠. 이런 흔적들이 추후에 블로그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내 블로그의 주제를 찾는 일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블로그 주제? 사실 없어도 됩니다. 블로그라는 매체의 정체성이 그래요. 몇몇 개성 강하고 재능 있는 사람의 블로그를 보고 혹해서 거창한 주제를 정하고 시작하다가는 지치기 쉽상입니다. 포스팅 재료가 고갈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어느 정도 블로그를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일입니다. 스스로 울타리를 정하지 말고 차근차근, 천천히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세요. 이것저것 따라해 보는 것도 좋아요. 따라하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단, 블로그를 지웠다 새로 만들지는 마세요. 행여 나중에 블로그 컨셉을 바꾸고 싶으면 카테고리만 손보면 되거든요. 끝까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포스팅은 비공개로 돌리면 됩니다.
정성껏 블로그를 운영하고, 그 흔적만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방향 혹은 내가 모르고 있던 자신의 성향이 어렴풋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나는 8년을 돌아오며 그 사실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나를 발견하기 위한 지도를 그리고 있는 셈이지요. 나는 보통 사람에 속하는 사람입니다만. 누구 하나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신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깨달았어요. 내 특별함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나' 밖에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최근 어느 날, 여전히 성공에만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집착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말이죠. 집착은 결국 공허함만 남깁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한 얼마간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 같습니다.
이건 좀 뻔한 얘기일 수 있겠는데, 당장 한 달 만에 애드센스로 얼마를 벌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삽질의 지름길이에요. 경제적으로 광고 수익에 기댈 생각부터하고 시작하면 그 블로그는 이미 자신을 묶는 족쇄나 다름없게 됩니다. 그러면 블로그 운영에서 가장 필요한 '즐거움'을 잃는 것도 시간 문제예요.
처음부터 블로그의 주제를 정해서 운영하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좋은 시도일 수 있습니다. 아니, 생각만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주제를 정하고 시작한 블로그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런 방법이 맞는 사람, 아닌 사람이 있는 것이죠.
나는 블로그 운영의 중추가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즐겁다면, 사람은 그 일에 성실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나만의 테마는 생기게 마련입니다. 더 현실적이고, 내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주제 말이지요. 그렇게 발견된 주제는 정말로 나만의,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주제가 됩니다.
블로거는 크리에이터, 말 그대로 창작을 해내야 하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때로는 고된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의 짜릿함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해 버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블로거 님들,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