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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TV

넷플릭스 데어데블' 빛과 어둠의 경계

부엉개 2018. 12. 27. 11:48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선과 악, 권선징악의 법칙을 따랐고, 여전히 그런 작품은 많다. 나는 이제 그런 작품은 좀 식상해서 싫다. 다르게 말하면 유치하다. 실제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이제 시즌3이 종료 된 미국 드라마 데어데블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맹인이 무장한 특수요원을 마구잡이로 쓰러뜨리는 측면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부분 말이다.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맷 머독(데어데블)이 스산한 기운을 뿜뿜해대면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악역 윌슨 피스크에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또한 멜랑콜리.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다. 





데어데블은 정신병 환자다. 주변에 과하게 착한 사람들을 보면 정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진지).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하며 자기 편을 드는 것이 정신분석학적으로 봤을 때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맷 머독은 자신을 너무 학대한다. 누가 죽으면 다 자기 탓이래. 지가 뭔데.


선과 악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놈이 그놈 같아도 밑바닥에 깔린, 무의식의 자아가 빛인 사람이 있고 어둠인 사람이 있다. 오글거리지만 빛, 어둠으로 분류했다. 물론 겉으로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지능적인 악당의 경우, 밑바닥 자아가 어둠일지언정 겉으로는 천사의 탈을 쓰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선도 악도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도는데,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점이 다를 뿐이지. 왜, 대중적인 관점 있잖은가, 법.





매일 궁시렁거리고 아무리 타락한 척을 해도, 맷 머독(데어데블)의 본질은 빛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처럼 배배 꼬아 놓고, 아무리 먼지가 쌓여도 여전히 바닥에는 빛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반대로 피스크는 망할놈의 쉐끼, 싸이코패스, 어둠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피스크가 안쓰럽긴 하다. 어두운 과거를 안고, 어떻게든 살아 보려 하다가 정신이 뒤틀려 버린 것일 테니. 어떤 이유가 있다 한들 죄는 죄고, 어둠은 어둠, 검정은 검정이다. 


본질이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빛에 어둠이 드리우는 것이 때로는 정말 한끝 차이라는 것을 데어데블 3시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번 드리운 어둠은 쉽사리 몰아낼 수 없다. 하얀 물감에 검정이 한 방울만 떨어져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데어데블 시즌1, 2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시즌3은 정말 재미있었다. 취향저격. 대체로 어두운 드라마의 분위기와 부정적인 주인공의 심리 때문에 꿀꿀해지는 면이 있지만, 마침내 드리운 희망의 빛은 시즌 내내 어두웠던 분위기를 단번에 날려 버렸다.





요즘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작품들이 많은데, 넷플릭스의 마블 시리즈도 그렇다. 데어데블, 퍼니셔, 제시카존스 등등..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 시작하려거든 시간을 넉넉히 장전하고 달려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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