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스티: 1%의 1%' 재벌도 진화한다!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드라마다. 이제는 행여라도 내가 상류층이 될 거라는 달콤한 상상 따위는 하지 않지만, 호화로운 눈요깃거리는 언제나 환영이다. 파티와 사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1%의 1%면 0.01%가 되는 건가..

 

재벌가 얘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것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제 좀 식상하다. 뭔가 새로운 재벌가 스토리가 필요하다. 아마 이 드라마가 그런 욕구를 채워 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최소한의 룰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을 막론하고, 태어나서 얼마간 숨을 쉬었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공유한, 어쩌면 보다 친근한 사이다. 그럼에도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 드라마에서는 특히 가족 관계가 더 엉망인 경우가 많다. 재벌가를 조명한 작품 중에는 사람보다 돈과 권력이 더 가치를 갖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좀 다르다. 사람이 먼저라는 얘기를 넌지시 꺼낸다.

 

다이너스티: 1%의 1%' 에 나오는 상류층 사람들은 모자란 구석을 자주 보여 준다. 그들도 그저 같은 사람에 불과하다는 듯. 실제로 우리는 뉴스에서나 보게 되는 재벌가 사람들을 우리와는 다르게 취급하곤 한다. 우리가 먼저 말이다. 편견을 가진 건, 어쩌면 나를 비롯한 여느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욕 먹을 만한 짓을 했으면 응당 욕은 먹어야겠지만. 그래도 돈 많은 사람들, 재벌들, 하며 싸잡아 매도하는 건 좀 치졸하다.

 

 

 

 

대체로 자식들은 부모보다 진보한 사고를 하게 마련.

 

이따금 꼰대의 면모를 보여주는 캐링턴가의 주인 블레이크와 그의 딸 팰런, 아들 스티븐. 팰런과 스티븐은 아버지 블레이크에 비해 진보한 마인드를 가졌다. 거만하고 제멋대로긴 하지만 인간적인 측면도 두루 지닌 여성 팰런. 섹시한 건 부록. 내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 70%는 팰런 때문이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뭔가 속이 시원하다. 스티븐은 섬세하고 더없이 인간적이다. 그리고 게이다. 어쨌든 블레이크를 둘로 쪼개면 팰런과 스티븐으로 뿅- 변할 것 같다.

 

내가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는 보통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다이너스티: 1%의 1%' 도 마찬가지였다. 이 드라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럿 나오지만 블레이크, 팰런, 스티븐, 앤더슨 집사쯤만 기억해 두면 된다.

 

 

 

 

가장 좋아하는 팰런 양.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섹시하다. 그것이 팰런과 그녀의 아버지 블레이크와의 차별점이 되기도 하지만, 곧 우리 세대와 윗 세대 간의 차이점도 되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만 봐도 도무지 사과할 줄을 모른다. 언뜻 보면 팰런은 마냥 이기적인 말괄량이처럼 보이는데,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모습이 많다. 이기적인 것, 인간적인 것은 왠지 물과 기름 같아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열등감 때문인지 드라마가 더러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유쾌한 작품이다. 장수했으면 하는 드라마 중 하나. 특히 잡생각을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2시즌 방영 중. 1시즌만 무려 스물두 편에 달한다. 요즘 들어 생각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는 분들께 추천. 드라마는 아~무 생각 없이 즐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