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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도스토옙스키도끼 살인마가 된 청년 스포일러 주의! 재미가 있다, 없다. 이 단순한 기준은 무엇을 할 때나 굉장히 유용한 도구다. 책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시간도 잊고 흥미롭게 읽는 책은, 1. 자신이 모르던 자기 자신을 대거 보여주는 책일 것이다. 어쨌거나 완독한 책이라면 자기와 닮은 측면을 조금이나마 가진 책일 것이다. 소설의 경우 주인공한테서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죄와 벌’을 읽으며 주인공한테서 나를 발견했다. 젠장, 나도 살인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인간인가. 내가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책 중에 가장 긴 장편이었다. 다른 것도 좋지만 특히 심리,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 죄와 벌은 가난한 명문대 생이 도끼로 노파와 한 여인을 찍어 죽인 뒤, 자수하기까지의 심리 변화를 장황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줄거..
문장과 문장 사이, 혹은 문단(단락) 사이, 아니면 글 전체가 여백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글은 글 전체의 여백이 풍부한 글이다. 필자의 잡념으로 가득찬 글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무겁다. 좋은 문장에는 긴장감이 깃들어 있다. 문장에 압도되어 천천히 읽게 된다. 나아가 글 전체에 적절한 여백이 스며있어 단단히 묶인 느낌이 든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이 내게는 그랬다. 억지로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에는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들, 그중 미묘해서 좀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담겨있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때로는 카버의 글이 마냥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내 독서나 삶의 깊이가 부족한 탓이리라. 처음..
극작품에 호감을 느끼는 데까지 책 다섯 권 분량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은 내가 읽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이 그렇게 두껍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민음사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해설을 살펴보면 있음과 없음, 비워내기, 이분법적 사고, 극적 공과 같이 난해한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을 일일이 설명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나름 이해는 가도, 설명하려고 하면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일 게 불보듯 뻔하다. 나름의 이해와 보편적인 이해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내 수준을 고려한 눈높이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극작품, 리어 왕에 관한 썰을 풀도록 하겠다. 내게 극작품이란?리어 왕 전까지는 '필독 도서.' '어려운 책.' '지루해. '졸려.' 등이었는데, 리어 왕부터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