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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여덟 단어>푸근한 옆집 아저씨의 잔소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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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여덟 단어>푸근한 옆집 아저씨의 잔소리

부엉개 2019. 12. 28. 22:53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책에는 목소리가 결여된 것들이 많다. 사람마다 일정 수준의 독서량을 달성하면 목소리의 유무를 알게 되고, 나아가 개인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구분하기에 이른다. 문학은 비교적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편이다. 그런데 문학이 아닌 책에서도 이따금 목소리가 들린다. ‘여덟 단어’가 그랬다. 박웅현은 여덟 개의 단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정리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작가는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나 또한 그렇다.

 

 

 

 

 

 

인간의 삶은 어떤 한 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따금 옆으로 새면서 설렁설렁 가는 것 같아도 멀리서 보면, 변함없이 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점을 바라보는 위치가 멀어질수록, 한 인간의 여정은 더욱 곧은 직선이 된다. 이런 사실을 경험과 사고로 깨닫게 되면 삶에 여유가 생긴다.

 

 

 

세상에는 부정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매사에 그림자가 먼저 보였다. 30년쯤 그렇게 살았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늘진 곳보다 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내는 훈련.

 

때가 되면 누구나 온전한 자신이 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법인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방법이야 많겠지만, 나의 경우는 독서와 사색이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질과 성질이 닮은 사고방식을 바꾸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도 ‘데미안’의 서문에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이 기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몇 년 전쯤, 박웅현의 다른 책을 읽다가 덮어버린 기억이 설핏 난다. ‘다시, 책은 도끼다’였던 것 같다. 곰곰이 떠올려보니, 그때는 박웅현의 문장이 좀 간지럽게 느껴졌다. 매사에 부정적이던 나의 문제였다. 저자의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다가 결국에는 제풀에 지쳐 책을 덮었다. 당시 내 삶에는 이런저런 핑계가 많았고, 정말로 불행했다.

 

누구의 삶이라도 불행하게 바라보면 불행하고, 행복하게 바라보면 행복하다. 삶은 늘 양면이다. 바라보는 ‘눈’의 문제다.

 

 

 

 

 

 

‘또 시궁창에 발이 빠졌다. 대체 몇 번짼지 모르겠다. 역시나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다. 다 포기하고 싶다.’ 매사 부정적이던 시절, 흔히 빠졌던 생각의 루프는 이랬다. 그러던 어느 날, 발을 헛디뎌 양쪽 발이 전부 시궁창에 빠졌고, 마침내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런데 막상 주저앉고 보니, 물이 뜨뜻미지근했다. 하물며 악취를 풍기는 시궁창도 아니었다. 그전까지 나는 주변의 말만 믿고, 내가 발을 빠뜨린 곳이 시궁창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실패는 낯설고 겁난다. 하지만 얼마간 누적된 실패를 통해, 그래도 괜찮다는 믿음을 얻었다. 자신을 향한 믿음의 두께는, 실패한 횟수의 두께이다. 박웅현도 그렇게 말한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실패는 사실 실패가 아니라고.

박웅현이 제시한 여덟 개의 키워드를 떠올려보자. 만약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반가운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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