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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프란츠 카프카 「변신」 자고 일어났더니!

부엉개 2019. 6. 13. 22:41

소설을 읽으며 한 마리 곤충이 된 기분을 상상했다. , 벌레 그만 때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벌레 학살자다.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험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갑충으로 변한 뒤 인간의 언어를 차츰 잃으며 얼마간 인간성도 잃어간다. 사람이 얼마나 다른가 하는 풍자로 볼 수 있다. 또한 본능적인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송보다 짧은 단편 소설임에도 임팩트 있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나를 생각해 보았고, 이 개념을 사회구성원인 나로 확장할 수도 있다. 본질적인 나에 관해서도.

 

변신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운 좋은 사람이야 훌륭한 아버지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변신에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미성숙한 아버지를 뒀다. 고집이 대단한 분들 말이다. 부자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편 아버지와 아들은 경쟁상대가 되기도 한다. 아들은 얼른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다. 이처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룬 이야기가 셀 수 없이 많은데 변신도 그에 속한다. 프란츠 카프카도 아빠한테 적잖이 억압당했다. 이런 부분은 작품에 자연스레 드러난다.

 

이제 인생의 내리막을 걷고 있는 내 아버지가 떠올랐다. 단절까지는 아니어도 아버지와는 여전히 깊은 대화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크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1. 너무 많은 대화를 피한다.

2. 내 생각을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3. 아버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봉사를 한다.

4. 어쨌거나 비난은 피한다.

 

유쾌하거나, 반전이 있거나, 아니면 문장이라도 아름다워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은 내게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었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 어떤 소설은 사람처럼,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갖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낡은 습관대로 교훈, 혹은 특별한 무언가를 소설에서 찾으려 애쓰는데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실망하곤 한다. 언제쯤 이런 습성이 사라질까 싶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의식적으로는 버리려고 노력한다.

 

자신에 관한한, 어떤 한 가지 진실을 아는 것도 어렵지만 낡은 습관을 날려버리는 일은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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