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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기 전에!

부엉개 2019. 5. 26. 10:43

아주 오래전 책의 제목만 보고 골랐던 책이다. 최근 다시 읽었다. 과거에 흥미롭게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은 결국 책보다 자신의 관점을 더 믿어야 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반드시.

 

훌륭한 책이라도 다시 읽게 되면 미심쩍은 구석이 보이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한 번쯤 독서를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해라, 해라, 하는 책은 별로인데 이 책도 유난히 하라는 게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뭔가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사고방식을 바꾸라는 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책인데 이는 경험상 독서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자기계발서라면 흔히 발견되는 특징 같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부모님의 잔소리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그나마 좋은 자기계발서는 흥미로운 동시에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미 어느 정도 독립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 자기 점검을 위한 책으로 더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적이며 조화로운 삶을 살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건강한 정서를 위한, 적당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탓에 대부분 사람들은 운전하며 화를 내고, 나와 대립되는 주장에 쉽게 반기를 들며, 자신의 인간관계에 불만을 토해낸다.

 

가족 간에 지속적인 불화가 있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도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자신의 정서적인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한테서 왜 화가 일어나며, 왜 그런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지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그것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선행해야할 일이다. 스스로를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신에 대한 오해가 깊을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되도록 객관적인 관점으로 나를 돌아보고, 어디 하나 잘난 구석 없는 나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건너뛴 채 행복해지려는 것은 망상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매우 비슷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똑같을 수는 없다. 형제가 있는 사람은 이를 더 쉽게 이해할 것이다. 성장과정에서 여러 형제와 경쟁하기도 하고, 홀로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부모에게 과한 사랑을 받았거나 사랑이 모자란 경우, 둘 다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된다. 폭력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적인 폭력 또한 어린 아이의 정서를 심하게 망가뜨린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사회에 던져진다. 비교적 건강한 정서를 가진 사람은 사회생활을 통해 자신을 다듬어 나갈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화나 우울증, 갖가지 질병이 참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친절한 몸의 신호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아프다는 것은 최소한의 건강을 가졌다는 뜻이다. 이따금 이런 신호를 무시한 채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람도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도 벼랑 끝에 선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불행을 하나의 감정이라 할 때, 우울증은 불행한 감정이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다. 불행한 감정이 습관이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간단하게 뒤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고쳐진대서 해봤는데 안 되더라, 정도로는 어림없다. 여느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는 지금부터 이렇게 살 거야! 혹은 이렇게 생각할 거야! 와 같은 다짐으로도 부족하다.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를 파헤칠 시간이 필요하다. 시작은 하루에 10분이라도 좋다! 이런 과정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법이야 많겠지만 정 모르겠다면 내가 싫어하는 나의 행동이나 말을 깊이 생각한 뒤 종이에, 혹은 어디에라도 좋으니 적어보자. 다음은 이런 행동을 하는 나를 비판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 자기혐오를 자기사랑으로 돌리는 과정이다.

 

아버지를 심하게 두들겨 팬 자식이 있다고 치자. 혹자는 덮어놓고 비난부터 할 텐데 이것이 이미 일어난 일이고, 자식의 역할에 다름 아닌 나를 집어넣자. 그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나뿐이다. 폭행 당한 아버지조차 타인에 불과하다. 단순 실수인 경우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실수만으로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정서적인 문제가 얽힌 사건이 분명하다.

 

답은 따로 없다. 좀처럼 일어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누구든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위 이야기의 주인공은 죗값을 치르는 것과는 별개로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자신을 깊이 돌아본 뒤 아버지를 폭행한 이유를 찾아내어 스스로를 이해하고 개선하든지, 폭행을 유발한 아버지를 탓하든지.

 

당신은 과연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낼 의사가 있는가. 대부분 이런저런 핑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내 건강과 행복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뭐가 됐든 이것을 토대로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에는 예나 지금이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하며 마무리 해야겠다.

 

진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돌연변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 생각을 덧붙이면, 일부러 돌연변이처럼 보이기 위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밑바닥에 깔린 나의 욕망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쾌락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자녀의 자립심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 좋은 부모란 어미 곰처럼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유유히 떠나는 부모라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게 좀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늦은 나이에 정신적인 자립을 경험한 한 사람으로 적극 공감하는 바다.

 

가 통제 불가능한 정신적인 오류지대라는 점 역시 동의한다. 과거에는 나도 이따금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지금은 적어도 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감지하고, 화를 사그라뜨리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이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화는 억누르기보다 원인을 찾아내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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