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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프란츠 카프카 「소송」 요제프 K의 착각

부엉 군 2019. 5. 19. 08:16

글이 너무 잘 읽혀서 당황했다. 단락 하나가 한 페이지를 잡아먹는 것은 예사고, 등장인물의 대사가 한 페이지를 넘을 적도 많은데.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운 답답한 모양새와는 달리 술술 읽힌다는 점이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오해를 만나며, 또한 바로잡게 된다. 오해는 외부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내부에서 시작되는 오해가 더 치명적이다. 그밖에도 개인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어려움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소송을 통해 개인의 오해와 착각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요제프 K는 거만하고 냉소적인 면을 가진 젊은이로 얼마간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소설은 젊은 날에 이른 성공을 거둔 젊은이의 지표로 요제프를 꼽고, 그 안으로 들어가 속사정을 파헤친다.

 

막 서른 살이 된 요제프는 은행의 업무 대리인을 맡고 있다. 그의 직책은 부지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강력한 직책으로 묘사된다. 지점장을 제외한 2인자로 부지점장과는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요제프는 젊은이들의 자신감, 혹은 거만함을 형상화 해놓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다. 이렇듯 자신만 고귀한 존재인 듯 구는 사람한테도 예외 없이 장애물은 나타난다. 승승장구밖에 모르던 요제프에게 소송이라는 법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주인공은 우리가 경험했던, 혹은 미래에 경험할 무언가를 소송 과정을 통해 친절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소송이라는 사건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의 부조리가 되기도 하고, 거만한 인간을 개조할 도구가 되기도 한다. 지금껏 착각해온 자신을 비출 거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소설의 묘미가 있다.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나게 된다. 소송이라는 그릇에 담긴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신이 난다.

 

소송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는 법이라는 커다란 무형의 힘의 대체재로, 스스로 깨닫기 어려운 인간의 죄악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잘난 척하는 인간들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예컨대 자기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경험만을 토대로 간단히 해석하고는 그것을 보편적인 진리라고 믿는 점 따위가 그렇다. 이런 인간들은 도무지 남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다. 소송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무관심하던 남의 일이 곧 자신의 일로 전이하는 것이다!

 

 

 

 

 

소송에는 실제로 법학을 전공하고 그 방면에서 활약한 작가의 경험이 적잖이 드러나는데, 정작 프란츠 카프카는 일찍부터 자신이 문학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카프카의 실제 경험들이 그가 인정받는 소설가가 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인정하기 싫다고 해도.

 

종반에 이야기가 급작스레 끝나버린다. 몇 장이 통째로 사라진 듯했다. 소설에서 이런저런 감상을 느낀 뒤라고는 해도 후반부가 못내 아쉽긴 했다. 심신의 불안정과 요절이 그 이유였을까. 연보를 눈으로 훑으며 작가의 단명이 사뭇 안타까웠다. 마흔한 살이면 소설가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이였을 텐데. 하지만 정작 괴로운 삶을 살았던 당사자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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