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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랑에 관하여, 안톤 체호프 About Love, Anton Pavlovich Chekhov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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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랑에 관하여, 안톤 체호프 About Love, Anton Pavlovich Chekhov

부엉개 2016. 11. 15. 15:49

여러 사람이 말하는 사랑의 정의는 모두 다르다. 나이를 더 먹어 갈수록 나는 더 모르겠다. 단편 소설의 거장이라고 하는 안톤 체호프라면 슬쩍이라도 그 답을 보여 줄 것도 같아 책을 읽게 되었다.






'사랑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여러 편이 묶여있는 이 책은 펭귄클래식의 마카롱 에디션이다. 지금 내 등 뒤 책장에 마카롱 에디션 몇 권이 꽂혀있는데,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나의 독서 패턴은 항상 제멋대로다. 재미있게 읽던 책도 6개월 뒤 침대 밑에서 발견하곤 한다. 단편집은 더욱이 그렇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듯 싶으면, 책갈피를 꽂아 놓고 다른 책을 펼쳐든다.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관하여도 그랬다. 수 개월 전에 책갈피가 꽂힌 채 덮여, 먼지 쌓인 채로 발견되었다. 그래서인지 역시나 앞의 내용이 까마득히 기억이 안 난다. 앞의 내용은 접어 두고, 얼른 읽어 없애자는 마음으로 후다닥 읽었다. 이것도 하루면 족했다. 그런데 단편 소설의 장점은 아무래도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농땡이를 부리다가 다음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이 고운 핑크빛 마카롱 에디션 책에는 아홉 개의 단편, 사랑에 관한 단면 아홉가지가 실려있다. 사실상 사랑에 대한 면은 무수히,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고 하면 아마 '사랑' 아닐까?


사랑에 관한 해답만을 찾고자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루한 일상을 달래 줄, 혹은 멍때리고 싶은 분들이라면 환영. 읽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나는 살면서 사랑이라고 믿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것은 첫 사랑. 그 때는 아직 성 경험이 없을 때였다. 머리가 덜 여물어서 그랬는지 가슴 떨리고 자꾸만 보고싶고, 안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공기 조차 빛나는 것 같았다. 첫 사랑이 운 좋게 이루어 져서 그랬는지, 그것은 더 바랄 게 없는 삶이었다.


나의 불멸의 사랑을 앗아간 것은 시간이었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시간은 나의 사랑을 일년 여 만에 앗아갔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것이 더는 빛나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 일상이라는 얼굴을 하고, 특별할 것 없는 것으로 전락했다.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하고 난 뒤, 사랑에 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


사랑이란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것. 각자의 머릿속에 나만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시시각각 사랑이라는 존재는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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