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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소설> 지구 속 여행, 쥘 베른 Voyage au centre de la Terre, Jules Verne

부엉개 2016. 11. 13. 13:47

이들이 여행하는 동안 나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몇 달 동안 틈틈히,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서 그런 것 같다. 오랫동안 덮어 놓았던 책은 내용이 가물가물 할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책을 펼치면 몇 달 전 읽었던 내용이 새록새록 머리를 간지럽힌다.






지구 속 여행은 꽤나 두툼한 책이다. 나도 평소에 여행을 꿈꾸긴 하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여행 관련 서적도 싫어한다. 다행히 지구 속 여행은 여행 서적이 아니라 소설.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다. 본론인 지구 속 여행을 하기까지의 서론이 조금 지루했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주인공인 리덴브로크 교수와 악셀, 그 둘은 삼촌과 조카지간이다. 리덴브로크는 저명한 교수, 악셀은 평범한 소년. 소년은 교수의 말을 아주 잘 따른다. 그러고 싶지 않다 해도 말이다. 억지로 끌려가듯 여행에 동참하게 된 악셀. 악셀은 우리 자신을 투영해 주는 존재이다. 불완전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


교수와 그의 조카를 보면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가 떠올랐다. 그 두 쌍은 알게 모르게 닮아 있다. 만약 돈키호테를 재미나게 읽은 분이면 지구 속 여행도 꽤 재미있을 것이다. 반대로 돈키호테를 읽지 않은 분이라면 지구 속 여행을 먼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돈키호테는 가볍게 읽기에는 책이 너무 두꺼워서 무겁다.






지구 속 여행의 내용을 전혀 모른 채 소설을 읽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랬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책을 하루 이틀 만에 다 읽어버릴 지도 모른다. 소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많은 것들 중에는 일상에서의 탈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구 속 여행은 그를 아주 잘 따른 소설이다. 잠시 동안 머리아픈 일을 잊고 악셀이 되어 지구 속 여행을 떠나보자.


대한민국의 아들, 딸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로만 살기에는 너무 머리아픈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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