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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애니, 나만이 없는 거리: 사소한 변화가 만든 기적!

부엉개 2018. 3. 17. 00:30

요즘 일본 만화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카케구루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성인용이 많은데, 자극적인 점을 덜어낸다고 해도 남는 게 많아 좋다.








<나만이 없는 거리>의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는 '리바이벌' 능력을 가졌다. 그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면 그전에도 많이 우려먹던 소재. 오히려 위험한 소재를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주 굴러먹던 소재일수록 식상할 가능성이 더 크니까.






어떤 작품이든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게 마련이다. 작품에 작가의 진심이 묻어 있는지 아닌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눈물이 흐르거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해방감, 그런 본능적인 감각들이 각자 내면으로부터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보며 오랜만에 울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한때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면 호흡곤란이 찾아오곤 했었다. 시간이 흘러 알고 보니 공황장애였다. 내가 그런 병에 걸린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 년이 흐른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돌아보면 단서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지만, 당시의 나는 그것을 볼 수 없는 장님이나 다름 없었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 호흡곤란을 일으켰을 법한 작품이었다. 요즘은 이렇게 삶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접해도 그전처럼 힘들지 않다. 오히려 후련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분명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으며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삶이란 곧 가능성의 다른 말이기도 해서. 우리는 죽음이후는 고사하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힘든 일이 힘든 일일 수 있는 이유는 그 반대편에 좋은 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즉, 힘듦이라는 단어는 기쁨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혹은 있더라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똑같은 일상을 두 번, 때로는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주변 환경은 그대로다. 주인공의 마음이 조금, 다시 또 조금, 달라질 뿐이다. 이를테면 땅을 보며 걸어가던 주인공이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는 정도로.


<나만이 없는 거리>는 한 사람의 사소한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얼마나 값질 수 있는지 보여 준다. 한사람의 그 작은 몸짓이 얼마나 큰 감동을 불러 오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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