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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밀회' 사랑이라는 허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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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밀회' 사랑이라는 허구..

부엉개 2018. 12. 13. 03:44

천재적인 재능은 질리지 않는 소재 중 하나다.

영화, 드라마, 소설 어디에서든 유효한 듯하다.


퀵배달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한 청년(이선재-유아인)이 등장한다. 그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악착같이 살아오며 쌓아 온 것들 때문에 주저하는 삶을 살고 있는 오혜원 실장(김희애). 

피할 수 없는 만남.

선재는 스물, 혜원은 마흔이다.


선재를 만나고 혜원은 이렇게 말하게 된다.

"다 까불지 말라 그래, 음악이 갑이야!"

그간 자신의 얽매였던 감정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혜원은 도피처가 필요했다. 진흙탕 같은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그녀는 잊고 있던 음악으로, 자신의 순수로 돌아가려한다.





드라마나 소설 같은 허구 작품을 즐길 때, 제각각의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고 얼마간 열린 자세로 감상하려고 노력한다. 현실에서 사고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밀회는 그런 측면에서 내게는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현실에서는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는 불륜, 그리고 음악에 관한.





대체로 아름다웠다. 사랑도 그랬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다른 많은 것들을 응축해서 말해 준다.

누군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배우와 연출로 커버한 졸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며 때때로 흥분했고, 때로 슬펐고, 때로는 행복했다. 드라마에 온전히 감정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굳이 감정이입을 하자면 오혜원(김희애) 쪽으로 해야겠는데, 단순히 나이가 그쪽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불혹쯤 산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옆에서 굳이 캐내지 않아서, 혹은 성가셔서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살아간다. 그런 일에 쏟을 여유가 없는 듯도 하다. 혜원도 그런 캐릭터다. 꽤 보기 좋게 갖춰져 있는 삶을 살지만, 뭔가 결핍된 삶이다.





드라마 밀회에서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허구를. 하지만, 진짜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거짓말 같은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증명할 수도 없지만. 그것은 산소처럼, 분명 존재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이 이야기를 단순히 재벌들의 비자금 비리를 폭로한 드라마로 볼 수도 있고, 한 여자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순수를 되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거 다 덜어내고도 음악이 남는 드라마였다. 보는 사람에 따라 표정을 바꿀 수 있는 드라마는 일단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미 찌들 대로 찌들었지만, 적어도 내 안에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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