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헤르만 헤세 (2)
부엉-로그
딱딱하지만 부드럽다. 관념적이지만 삶에 닿아 있다. ‘데미안’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번 새로운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때로는 읽다가 지루해져 눈이 감기기도 했지만, 어느 날 다시 책을 펼치면 새로운 예감이 몸을 감쌌다. 헤르만 헤세와 영혼이 닮은 사람만이 데미안을 흥미롭게 읽었을까?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 가진 영혼의 동질성을 말한다. 얼마나 깊이 내면의 우물을 파고 들어갔기에 거기까지 갔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적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모르는 어린아이에 머물러있다. 소수만이 이런 관념을 꽤 상세히 이해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나는 한 사람의 본질이 무수한 조각으로 쪼개져 세상에 흩어져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조각을 찾고, 맞춰가는 여정이다. 보다 많은 조각을 회수하고 ..
오래도 읽었다. 두 달쯤 책을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같다. 중간에 소설이 끼어들기도 하고, 다른 급한 일이 새치기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원 없이 늑장을 부렸다. 그만큼 내게는 어렵기도 했지만, 몹시 지루하기도 한 책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산문. 헤르만 헤세가 실제로 정원을 가꾸며 보낸 시간 동안 적은 글들을 하나로 묶은 값진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수필은 처음이었다. 이름 모를 자연의 구성원들이 많이도 나온다. 식물도감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모르는 식물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글에서 작가의 소년 같은 마음과 고뇌를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헤르만 헤세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적잖이 지쳤을 것이다. 푸르디푸른, 젊은 영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