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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로그
4년 전 읽고 적잖이 영향을 받았던 책이다. 최근 다시 읽어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사각지대가 보이는 느낌? 사람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사람의 열 가지 장점보다는 한 가지 단점을 찾아내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대할 때만은 더없이 관대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4년 전에는 책이라는 물건의 정체성을 제대로 몰랐었다. 책의 정체는 둘째 치고 나의 정체성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겠지만. 책의 맹점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이 두 가지는 사람에 따라 사소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첫 째. 책에서 자주 인용했던 속담 중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독자는 으레 주인 역할만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밥 먹고 OO만 하면 누가 못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과거에는 나도 자주 쓰던 말이다. 나는 그동안 이 말을 몇 번, 행동으로 옮겼다. 밥만 먹고, 혹은 끼니도 거르고 PC게임을 했다. 마찬가지로 종일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나는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했고,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는 물론, 여느 일에서도 내로라할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5년째인데 등단은 세상이 지어낸 허구처럼 느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관점.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영화를 보며, 일하며,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다가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왜 노력해도 안 되는 걸까. 노력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재능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걸까...